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오른쪽)이 25일(현지시각) 워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도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왼쪽은 펑리위안 여사.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오른쪽)이 25일(현지시각) 워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도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왼쪽은 펑리위안 여사.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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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5일(현지시각) 사흘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정상회담은 미-중 전략경쟁의 판도를 바꿀 ‘빅딜’보다는, 무역전쟁이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관리된 휴전’을 연장하고 제도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화려한 의전과 환대가 돋보였지만, 희토류 공급, 인공지능(AI) 패권, 대만 문제 등 양국의 핵심 갈등 요소에서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 내실보다 겉치레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무역 분야에서 나왔다. 양국은 일부 비민감 품목을 무역 갈등에서 떼어놓는 완충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 5월 설립에 합의하고 이번에 가동한 미-중 무역위원회를 통해 미국산(농산물, 수산물, 목재, 화장품, 의료기기)과 중국산(소형 가전, 장난감, 어린이용 카시트) 비민감 품목 각각 300억달러어치에 대해 낮은 관세를 적용하도록 권고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11월10일 종료 예정이던 무역 휴전은 내년 1월10일까지 두달 연장됐다.

평가는 박했다. 러시 도시 미국외교협회(CFR) 중국전략이니셔티브 국장은 25일 공개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이 “역사성과 상징성은 컸지만 실질은 훨씬 적었다”고 평가했다. 밍쥐정 국립대만대학 명예교수도 “형식이 성과보다 컸다”고 봤다. 그는 이번 회담이 “미국 중간선거와 중국 국내 정치라는 양쪽 필요 때문에 서로 체면을 세워주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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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무역전쟁의 핵심 뇌관은 그대로 남았다. 백악관은 최대 쟁점인 희토류와 핵심 광물 문제에 대해 “공급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규모나 이행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 안보 및 인공지능 경쟁 우위와 직결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에서도 진전이 없었다. 도시 국장은 중국이 희토류 통제라는 “가장 강력한 강압 수단”을 사용한 뒤 미국이 관세를 크게 낮췄다며, 현재 희토류 공급도 미국이 기대하는 수준의 절반에서 3분의 2가량에 그친다고 말했다. 정상 차원에서 화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양국은 수면 아래에서 기술·공급망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인훙 중국인민대학 교수는 경제·무역 분야 결과를 “긍정적이지만 결정적 의미를 갖지는 않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새롭게 도출된 가장 뚜렷한 안전판은 인공지능과 군사 분야의 위기관리 장치다. 백악관은 양국이 ‘인공지능’ 대신 ‘초지능’(Super Intelligence·SI)으로 부르기로 하고,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는 ‘미-중 초지능 대화’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발표자료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고수했다. 양국은 11월 첫 후속 협의를 열고, 관련 사고 발생 시 양국 정부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별도의 소통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일 뿐, 기술 주도권 경쟁이나 개발 속도를 제한하는 제동 장치는 아니다. 조너선 친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 연구원은 가디언에 “두 정상 모두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를 늦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만큼은 합의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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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인공지능 합의를 좀 더 현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크리스 맥과이어 미국외교협회 중국·신흥기술 선임연구원은 양국 모두 인공지능 개발 속도를 늦출 유인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위험을 논의하는 정례 대화와 사고 발생 때 가동할 초기 단계의 소통채널은 “현재 양국 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군사 분야에서도 위기관리 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군이 위기소통과 위기예방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조속히 체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미군 실종자 유해 수색 협력도 계속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내용은 백악관 팩트시트에는 담기지 않았다. 두 정상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되며 어떤 나라나 기관도 국제수로에 통행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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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간 구조적 갈등 지점에서는 뚜렷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 반대’라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며 대만 문제를 신중히 다룰 것을 요구했다. 중국이 ‘견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미국이 이미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담 직후 공개된 백악관 팩트시트에는 대만 관련 합의가 포함되지 않았다.

두 정상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워싱턴 베이징/김원철 이정연 특파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