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워싱턴디시(D.C.) 백악관에서 열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학살당한 백인을 추모하기 위한 행렬이라며 영상을 재생했다. 사진 UP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워싱턴디시(D.C.) 백악관에서 열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학살당한 백인을 추모하기 위한 행렬이라며 영상을 재생했다. 사진 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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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하다 갑작스레 불을 끄고 영상을 틀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는 이 영상이 남아공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백인 학살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어떤 영상이었길래 정상회담 자리에서까지 봐야 했을까? 문제의 영상은 2020년 9월 남아공 콰줄루나탈주에서 백인 농민 부부가 살해당한 사건 이후 시위대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진행한 추모 집회를 촬영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게 바로 매장지다. 수천 명의 백인 농부들의 매장지”라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압박했다.

22일 뉴욕타임스가 분석한 결과, 이 영상 속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는 전혀 달랐다. 당시 시위에선 살해당한 백인 농장주 부부를 추모하는 뜻으로 차들이 길게 늘어섰고, 이들은 길을 따라 수백개의 하얀 십자가를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한 것처럼 ‘백인 농부 수천 명’이 죽임을 당하고 묻힌 묘지에 세워진 십자가가 아니라 항의 의미로 세운 전시물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 십자가들은 집회에 사용된 이후 치워졌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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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월 남아공 뉴캐슬 노르망디앙에 있는 백인 부부가 살해당한 뒤, 이에 항의하기 위해 주민들이 길을 따라 십자가를 세웠다. 헬기에서 바라본 모습. 출처 IOL출처 유튜브 Rudolph Müller
2010년 월 남아공 뉴캐슬 노르망디앙에 있는 백인 부부가 살해당한 뒤, 이에 항의하기 위해 주민들이 길을 따라 십자가를 세웠다. 헬기에서 바라본 모습. 출처 IOL출처 유튜브 Rudolph Müller

남아공은 범죄율이 높지만, 백인 남아공인이나 백인 농부들이 다른 인종 집단보다 더 많이 피해자가 된다는 수치는 찾아볼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짚었다. 남아공에서 농장주를 상대로 한 범죄는 사회 문제지만, 백인과 흑인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주로 농장주의 물건을 훔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며, 문제의 백인 농장주 부부의 집도 강도를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비디오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불명확한 상태다. 하지만 남아공 출신이자, 트럼프의 조언자인 일론 머스크가 사회 관계망 서비스인 엑스(X)에 적어도 두 차례 올린 적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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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공 뉴캐슬 노르망디앙에 있는 백인 부부가 살해당한 뒤, 주민들이 남아공어로 “농장 공격을 멈추라”(Stop Plaasmoorde)라고 쓰여진 십자가를 농장 주변에 세웠다. 출처 IOL
2010년 남아공 뉴캐슬 노르망디앙에 있는 백인 부부가 살해당한 뒤, 주민들이 남아공어로 “농장 공격을 멈추라”(Stop Plaasmoorde)라고 쓰여진 십자가를 농장 주변에 세웠다. 출처 IOL

비비시(BBC) 등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라마포사 대통령을 매복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