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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는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이건희 삼성 회장, 1월2일 신년하례식)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처음으로 매출 2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2012년 4분기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8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성장했다고 8일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 201조500억원, 영업이익 29조1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매출 200조원 돌파는 각 분야 1등을 달리는 주력 제품 덕택이다. 메모리반도체는 5년 넘게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대표 가전제품인 평판 텔레비전도 2000년대 초 일본 소니를 누른 뒤 줄곧 1위다. 휴대전화 부문은 2008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지난해 다시 1위에 올라섰다. 소니·파나소닉(텔레비전), 엘피다·마이크론(반도체), 노키아·모토롤라(휴대전화) 등 삼성의 경쟁자들은 몰락하거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쟁자의 추락은 삼성전자가 각 제품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붙일 수 있는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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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200조원 돌파라는 한 기업의 뛰어난 경쟁력의 바탕에는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숨어 있다. 먼저 고용 없는 성장이다. 삼성전자는 2001년 이후 2012년까지 매출액은 4배 이상으로 불어났으나, 고용 인원은 4만6570명(2001년 12월말 기준)에서 9만254명(2012년 9월말 기준)으로 2배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술혁신과 적기투자에 따른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50%를 웃도는 외국인 지분율은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부분이 국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회사의 배당성향은 대략 10% 수준이다.

기업 내부의 성과 배분에서도 이런 양상이 잘 드러난다. 고임금 일자리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직원 연평균 급여(7700만원)는 삼성전자 등기이사 급여(109억원)의 1%도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경쟁력의 또다른 축이 100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로 이뤄진 수직계열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생태계 안에서 양극화 정도는 더욱 가팔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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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원 매출 돌파는 놀라운 실적이지만, 이런 강자독식 논리를 바탕에 깐 삼성전자 모델이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수용되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2일 신년하례식에서 강자독식론을 언급한 이건희 회장은 다음의 말도 남겼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거워진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