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월해상풍력 설치 중인 모습. 낙월블루하트 제공.
낙월해상풍력 설치 중인 모습. 낙월블루하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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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 물량은 지난 2월 기준 누적 34.3기가와트(GW)에 달했지만, 실제 보급된 물량은 0.36GW로 허가량의 1% 수준이다. 정부가 제시한 2035년 누적 보급 목표 25GW와 견줘도 70분의 1에 그친다. 발전사업 허가 물량은 쌓였지만, 이를 기자재 발주와 항만·선박 투자, 전력망 연결, 실제 발전으로 이어가는 작업은 더디다.

해상풍력 사업은 ‘공급망·인프라·비용’ 삼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발전기 한 기를 바다에 세우려면 대형 기자재를 만들 공급망과 이를 조립·운반할 항만·설치선박,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보낼 전력계통이 제때 구축돼야 하고, 개발비·기자재비·금융비용을 감당할 사업성도 확보돼야 한다. 하나라도 늦어지면 전체 사업이 멈출 수 있다.

지난 2월 출범한 ‘민·관 해상풍력 경쟁력 강화위원회’의 공급망 육성·인프라 구축·비용절감 등 세 분과장은 국내 해상풍력이 막힌 원인으로 불투명한 사업 물량과 일정, 기반시설 구축 지연과 높은 비용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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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급망 기업은 어떤 기자재 주문이 언제, 얼마나 나올지 알기 어려워 생산시설 투자에 나서기 힘들다. 정부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연간 수십~수백메가와트(MW) 수준인 국내 공급망을 수GW 규모로 10~20배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제조시설과 자금이 필요하지만, 사업 착공과 발주 일정이 불투명하면 기업이 먼저 공장을 늘리고 사람을 뽑기 어렵다. 사업의 착공과 준공이 늦어지면 국내 납품 실적을 쌓지 못해 후속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항만·설치선박·전력계통을 둘러싼 교착도 사업을 늦추는 요인이다. 기반시설 투자자는 앞으로 추진될 발전단지 물량과 일정이 보여야 움직일 수 있지만, 해상풍력 사업자는 기반시설이 갖춰져야 투자와 착공을 결정할 수 있다. 인프라 구축 분과장인 김은성 사단법인 넥스트 부대표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인프라 사이에는 ‘닭과 달걀의 문제’가 존재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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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력계통은 개별 사업자가 해결하기 어려운 공공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항만과 설치선박은 사업 물량이 보이면 민간 투자를 유도할 수 있지만, 송전망은 육상 전력망 보강과 지역 수용성 문제까지 얽혀 있다. 여러 사업자가 함께 쓰는 접속설비의 용량과 비용을 나누는 문제도 풀어야 한다.

높은 비용도 사업의 발목을 잡는다. 인허가와 주민·어민 협의가 길어질수록 개발비와 이자가 쌓이고, 사업 일정과 수익 전망이 불확실하면 금융기관은 위험을 금리에 반영한다. 국내 누적 보급량이 적어 기자재 생산과 건설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비용 부담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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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이들 병목을 풀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공급망 육성 분과는 국내 공급망을 수기가와트 규모로 키울 중장기(2050년) 시나리오별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당 분과장인 강금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피디(프로그램 디렉터)는 “로드맵이 나오면 기업이 기자재 수요를 토대로 공장·인력·자금 투자 시점을 정하고, 정부는 필요한 생산 시점에서 역산해 사업 부지 공급과 주민·어민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일정을 짤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했다.

인프라 구축 분과는 발전단지 공정과 기반시설 구축 시점을 하나의 시간표로 맞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은성 부대표는 “프로젝트 착공 전까지 항만과 설치선박이, 준공 전까지 전력계통이 준비되도록 보급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절감 분과는 국내 비용 구조를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표준 균등화발전원가(LCOE)를 산출할 계획이다. 분과장인 조상민 한국공학대 교수는 “각 비용요소가 균등화발전원가에 기여하는 정도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용절감 방안과 궁극적으로 도달 가능한 발전원가 수준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분석 결과가 정부의 가격 목표와 입찰 상한 가격 설정에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세 분과가 준비 중인 해법은 모두 물량·일정·가격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업 물량과 일정이 불투명하면 공급망 기업과 기반시설 투자자가 움직이지 못하고, 공사가 늦어질수록 금융비용은 불어난다. 높아진 비용은 다시 투자와 착공을 어렵게 한다. 강 피디는 “산업계가 대대적인 투자를 통한 공급망 확대와 비용 절감, 보급 확대의 선순환에 진입하려면 시장과 제도의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하영 기자 y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