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쨍한 햇살과 서늘한 바람이 함께 어울리는 6월은 야외의 계절이다. 음악회도 마찬가지다. 베를린필, 빈필, 뉴욕필 등 세계적인 악단은 6월이 되면 실내 공연장의 긴장감 대신 청량한 초여름의 공기를 배경으로 야외 음악회를 펼친다.
1984년부터 베를린필이 해마다 ‘베를린의 여름밤’이라는 제목으로 열어온 발트뷔네 야외콘서트, 빈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쇤브룬 궁전 정원에서 2004년부터 빈필이 연주하며 해마다 6만명 가까운 관객들이 모이는 ‘쇤브룬 여름밤 콘서트’, 뉴욕필이 센트럴 파크를 비롯해 뉴욕의 5개 자치구 공원을 순회하며 공연이 시작된 1965년 이래로 15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즐겨온 ‘파크 콘서트’ 등이 그것이다.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을 제공하면서 야외무대가 주는 자유로움으로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는 값진 이벤트들이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공원 물빛무대 앞 광장에서도 이들 공연이 부럽지 않은 음악회가 열렸다. 서울시향이 2011년부터 해마다 6월이면 펼쳐온 강변음악회다. 따가운 햇볕이 강바람에 부드러워지는 해질 무렵 주홍색으로 물드는 흰 구름을 배경으로 마련된 2400석의 의자가 6시30분 선착순 입장과 함께 찼다. 객석 옆의 잔디밭은 돗자리에 앉거나 누워 진행자 신윤주 아나운서의 말처럼 “브이브이아이피(vvip)”같은 여유로움으로 공연을 기다리는 이들로 좌석보다 가득했다.

피아니스트에서 최근 지휘자로 경력을 넓히고 있는 김선욱의 지휘로 펼쳐진 이 날 공연의 협연자는 선우예권과 김서현. 선우예권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한국 첫 우승자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고 올해 17살인 김서현은 2023년 14살의 나이로 유서 깊은 티보르 바르가 국제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다. 스타 연주자들과 국내 최고 기량의 서울시향의 만남을 값비싼 티켓 예매없이 볼 수 있는 선물 같은 무대였였다. 이날 김선욱은 바그너 곡 가운데 대중적 사랑을 받는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1막 전주곡과 ‘로엔그린’ 1막 전주곡, ‘탄호이저’ 서곡을 골랐고 그 사이 김서현이 코른골트 바이올린 협주곡 1,3악장을, 선우예권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연주했다. 지는 해를 배경으로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화음 한가운데 잠시 눈치 없는 새 소리가 끼어들었지만 누구도 불편한 기색은 없었다. 실내 공연장 못지않은 집중력으로 무대를 응시하던 관객들은 귀에 익숙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18번이 시작되자 조용한 탄성을 머금었고 진행자가 마지막 곡으로 ‘탄호이저’ 서곡을 소개하자 돗자리 쪽에서 환호가 나오기도 했다. 실내 공연장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와 편안함이 야외 공연의 음향적 한계를 푸근하게 감싸 안았다. 공연은 뉴욕필의 파크콘서트처럼 불꽃놀이로 막을 내렸다.

서울시향은 강변음악회처럼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최근 ‘일상 클래식’이라는 브랜드로 통합해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9월19일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의 지휘로 파크 콘서트를, 12월에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캐럴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미라클 서울' 공연을 열며 자치구 공연장을 찾아다니는 ‘우리동네 음악회’ 등 올해 연간 49회 공연을 펼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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