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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대표 엘(L)에게 “힘들 때 만나고 싶은 선배 책방지기는 누구냐?”고 물었다. 엘은 망설이지 않고 괴산 ‘숲속작은책방’의 백창화 대표를 손꼽았다. 단번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백 대표는 책방지기들에게 ‘대모’ 같은 존재니까.

그는 2001년 가정문고를 시작으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했고, 2014년에는 외딴 시골 마을에서 가정식 책방과 북스테이를 열었다. 지난해부터 제주 평대리에서 한시적 팝업 책방 ‘일년서가’를 선보이고 있다. 모두 시대를 앞선 엉뚱하고 과감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를 선구자가 아닌 ‘대모’라고 부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숲속작은책방’ 입구에는 “사진만 찍고 가는 관광객은 사양하며, 책방에 들어오면 누구나 책을 꼭 사야” 한다는 책방 이용법이 붙어 있다. 일본의 서점평론가 이시바시 다케후미도 주목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책방지기의 존엄 선언이다.

숲속책방 천일야화 l 백창화 지음, 남해의봄날(2021)
숲속책방 천일야화 l 백창화 지음, 남해의봄날(2021)

‘숲속책방 천일야화’는 그가 책과 함께 살아온 지난 시간을 더듬어간 기록이다. 그의 영혼을 움직인 숱한 책들뿐 아니라 책방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방이 생존하고 살아 있기 위해 원칙을 세우고 ‘영혼이 있는 납품’을 호소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문화와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지난하고, 대개는 적당히 타협한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하는 수고와 노력을 감사하게 여기지 않는 이들, 상대를 협업의 파트너가 아니라 갑과 을의 관계로만 여기는 이들”에게 앞으로도 “나쁜 사람”이 되겠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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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생태계는 가파르게 무너지고 변하고 있지만, 책방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은 지루할 만큼 더디다. 그럼에도 먼저 길을 걸어간 ‘나쁜’ 선배가 있어 힘을 내본다. 참 다행이고, 고맙다.

한미화 l 오랫동안 출판평론가로 일하고 있다. 책방의 현실과 생태계를 살핀 ‘동네책방 생존탐구’ ‘동네책방 지속탐구’와 유럽 책방의 오늘과 어제를 살핀 ‘유럽책방 문화탐구’를 썼다.
한미화 l 오랫동안 출판평론가로 일하고 있다. 책방의 현실과 생태계를 살핀 ‘동네책방 생존탐구’ ‘동네책방 지속탐구’와 유럽 책방의 오늘과 어제를 살핀 ‘유럽책방 문화탐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