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지에스(GS)엔텍 울산 용잠공장에서 사내하청노동자가 숨졌다. 홀로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그는 8분이 넘도록 방치됐다.
4일 사고 현장 사진과 영상물을 보면, 지난달 24일 오전 10시35분께 울산 남구 지에스엔텍 용잠공장의 한 작업장에서 사내협력업체 정석이엔지 소속 용접공 최아무개(66)씨는 거대한 탱크에 다가간다. 지름 5m, 길이 20m 남짓한 탱크. 300톤을 견딜 수 있는 터닝롤러 2개 위에 놓인 그곳이 이날 최씨의 마지막 일터였다.
탱크는 여러 조각을 임시로 이어 붙인 상태였다. 최씨는 본격 용접을 하기 전 틈새를 막는 작업을 맡았다. 리모컨으로 터닝롤러를 작동시켜 회전하는 탱크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작업하는 방식이다.
최씨와 동행했던 같은 회사 소속 관리자는 약 30초 만에 현장을 떠났다. 오전 10시36분께 최씨는 홀로 작업을 시작했다. 곧바로 터닝롤러의 회전축이 최씨의 신체 일부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그의 비명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오전 10시39분께 관리자가 현장에 돌아왔지만 사고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가 쓰러진 최씨를 발견한 건 다른 작업 상황을 돌아본 뒤인 오전 10시44분께였다. 최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동환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용접분회 노동안전부장은 “용접 작업에서 2인1조 수칙이 명확하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2명 이상이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대형 탱크는 터닝롤러에서 균형을 잃고 떨어지는 등 사고 위험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씨는 혼자였다. 사고 현장 바로 옆 다른 탱크 위에서 그라인더 작업을 하던 이도 혼자였다.

현장의 터닝롤러도 문제로 지적됐다. 탱크 용접선에 맞닿은 위치와 안전덮개도 없이 노출된 회전축이 위험을 키웠다는 것이다.
현미향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울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일반적으로 터닝롤러는 작업 용접선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미 맨홀 등이 설치된 탱크를 회전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용접선 가까이 위치시킨 것으로 보인다. 안전은 뒷전이고 작업 효율성만 따진 것”이라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울산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에스엔텍 용잠공장의 다른 터닝롤러에도 안전덮개가 없는 등 위험요인이 확인된다. 사고 구역에만 내린 작업 중지 명령을 모든 터닝롤러 작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고용노동부는 현장을 확인하고 작업 중지 명령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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