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6년 해방 1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옛 전남방직 터에 세운 해방 1주년 기념탑이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철거되며 훼손된 것으로 나타나 원형 복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옛 전남방직 터 개발업체 ‘㈜챔피언스시티 복합개발에이엠씨’의 말을 들어보면 공사업체는 지난 5월 터 정리 과정에서 옛 전남방직 정문쪽에 있던 높이 20m 국기게양대를 철거,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철재로 만든 해당 국기게양대는 미군정 시기인 1946년 8월15일 광복 1주년을 맞아 옛 전남방직 노동자들이 성금을 모아 설치한 해방 기념탑이다. 탑 팻말에는 국한문 혼용체와 영어로 ‘조국 해방 1주년을 기념키 위하여 1700 종업원이 회사에 삼가 이 탑을 기증함. 서기 1946. 8. 15’라고 쓰여 있다.

기념탑은 이번 철거 과정에서 일부가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업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기념탑 하단부는 일부가 잘리거나 휘어있고 국기를 거는 상단부도 꺾여 있다. 기념탑은 종연방적 화력발전소 건물, 고가수조(물탱크)와 함께 전국 유일 일제강점기 근대산업유산으로 꼽히며 광주시는 해당 시설 보존과 역사관 설립 등을 조건으로 개발업체에 개발 허가를 냈다.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역위원회는 기념탑이 일제에 대한 울분과 해방의 기쁨을 담은 상징물이라며 원형 복원을 주장했다.
일제가 지금의 전남방직 터에 1935년 설립한 종연방적(가네보방적)은 조선인들을 강제동원해 군수물자 등을 생산한 곳이다. 해방 뒤 일본인들이 물러가자 종연방적 조선인 노동자들은 자주관리위원회를 조직해 공장을 운영했고 이 탑을 세웠다. 기념탑은 한국전쟁 포화 속에서도 멀쩡했고 종연방적이 전남방직을 거쳐 1961년 전남방직, 일신방직으로 분리된 뒤에도 국기게양대로 사용됐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역위원회 위원장은 “기념탑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건설업체 쪽에서 소홀히 다루며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래 자리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복원 설치해 일제 강제동원과 해방의 역사를 후대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업체 관계자는 “콘크리트에 박혀 있던 기념탑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훼손이 있었다”며 “역사관 위탁 운영단체가 선정되면 이들과 논의해 기념탑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터(31만㎡)에서는 4000가구 규모 주상복합시설, 복합쇼핑몰(더 현대 광주), 특급 호텔 등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