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리게 걷는다(Tardigrade)’는 뜻의 이름을 가진 동물이 있다. 얼마나 느리면 이름도 ‘완보동물’일까. 완보동물은 짧고 통통한 네 쌍의 다리를 가진 생물로, 현미경을 통해서야 꼬물꼬물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하다. 동물계(Animalia)의 독립된 문(Phylum)인 완보동물문(Tardigrade)에 속하며, 절지동물문(Arthropoda), 연체동물문(Mollusca), 척삭동물문(Chordata)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1500종 이상이 보고됐고, 이끼와 낙엽 틈, 담수 웅덩이, 해양 퇴적층, 심지어 극지의 바다 등 다양한 서식지에서 발견된다. 생태계에서는 조류나 세균 등을 갉아먹는 작은 포식자로 부지런히 제 몫을 해 왔지만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은 작은 동물이다 보니 대중의 관심에서는 오랫동안 비켜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이들의 능력이 잇달아 보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완보동물의 생존 기술은 말 그대로 ‘극한’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지구의 거친 조건은 물론, 우주 환경에서도 버틴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핵심 전략은 환경 스트레스가 닥쳤을 때, ‘툰(Tun)’이라고 불리는 상태로 들어가 대사를 극단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머리와 다리를 오므리고 몸을 주름지게 줄이면 표면적과 수분 손실이 줄어들고, 세포 내부에서는 구조를 안정화하는 단백질이 발현된다.

2007년 9월 14일, 유럽우주국(ESA)은 특별한 생물 실험을 했다. 러시아의 무인 회수형 우주선인 ‘Foton-M3’에 살아있는 완보동물을 태우고 약 12일간 저지구궤도(250~290㎞)에 올린 뒤, 캡슐 외부 덮개를 열어 우주의 진공, 극저온, 방사선, 자외선에 직접 노출시킨 뒤 회수하는 실험이었다. 강한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면 보통의 생물체는 세포 내 DNA가 손상되고 활성산소가 생성되면서 심각한 위험에 빠진다. 하지만 완보동물은 툰 상태로 들어가 신진대사를 극단적으로 낮추며 버텼다. 그 결과, 우주 진공과 방사능에 노출된 후에도 높은 생존율을 유지했으며, 지구에 돌아와 다시 활동을 재개했고 일부에선 번식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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