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 팬이 24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K조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독립 영웅 파트리스 루뭄바 복장을 한 채 꼼짝하지 않고 응원하고 있다. 과달라하라/로이터 연합뉴스
콩고민주공화국 팬이 24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K조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독립 영웅 파트리스 루뭄바 복장을 한 채 꼼짝하지 않고 응원하고 있다. 과달라하라/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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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경기장.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K조 콩고민주공화국의 응원석에 정장을 입은 팬이 우뚝 서 있었다. 90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동상 응원’을 펼친 인물은 미셸 은쿠카 음볼라딩가. 하지만 그가 온몸으로 알리고자 했던 것은 식민주의에 대한 고발과 맥이 닿아 있다.

민주콩고 국기의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정장을 입은 그는 수도 킨샤사에 세워진 파트리스 루뭄바 동상 포즈를 재현하고 있다. 루뭄바는 민족지도자로 벨기에 통치에서 벗어난 1960년 민주콩고의 초대 총리에 오른 독립 운동의 영웅이다.

하지만 루뭄바 총리는 이어진 군사 쿠데타로 실각한 뒤 1961년 1월 반란군에 의해 처형당했다. 시신은 화학물질에 의해 훼손됐고, 사건 배후 역할에 대한 벨기에 정부의 사과는 2002년에 나왔다. 그의 유골이라 할 수 있는 치아가 가족에게 반환된 것은 2022년에야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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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팬이 24일(한국시각)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K조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독립 영웅 파트리스 루뭄바 복장을 한 채 응원하고 있다. 과달라하라/로이터 연합뉴스
콩고민주공화국 팬이 24일(한국시각)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K조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독립 영웅 파트리스 루뭄바 복장을 한 채 응원하고 있다. 과달라하라/로이터 연합뉴스

콩고 민중이 벨기에의 악랄한 식민지배 속에 인구의 절반이 소멸 위기에 처했던 일은 철학자 서동욱의 고발에도 나와 있다. “서유럽만 한 크기의 콩고를 사유지로 소유한 벨기에 왕 레오플드 2세는 홀로코스트에서 나치가 죽인 600만명이 유대인보다 훨씬 많은 1000만명의 콩고인을 죽이고서 벨기에의 부를 이룩했다.”(타자철학)

위키피디아 등을 보면 레오폴드 2세 통치기(1885~1908) 학살이나 고무 농장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참상은 눈뜨고 보기 힘들다. “사진 속의 콩고인 남자는 그날의 할당량을 못 채워 벨기에인들에 의해 잘려나간 자기 딸의 손과 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인간뿐 아니라 그 어떤 생명도 이런 처지에 놓여서는 안 된다.”(타자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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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시대 벨기에의 착취 속에 손발이 절단된 콩코 주민들. 위키피디아 갈무리
식민 시대 벨기에의 착취 속에 손발이 절단된 콩코 주민들. 위키피디아 갈무리

음볼라딩가가 경기 내내 꼼짝하지 않은 채 루뭄바를 재현할 때, 그가 ‘순교자’로 평가받는 루뭄바의 죽음과 부활을 염두에 두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존의 형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민주콩고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서 홀로 응원전을 펼치는 그의 모습에서 식민시대 콩고 인민의 고통을 소환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가해자는 식민지 착취의 종잣돈으로 오늘도 부를 누릴지 모르지만, 억울하게 죽은 영혼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유령처럼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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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콩고는 조별리그 2차전 콜롬비아전에서는 패배(0-1)했지만, 1차전 포르투갈전 무승부(1-1)로 마지막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전(28일)에 희망을 걸고 있다. 민주콩고가 32강에 진출한다면, 혁명가 루뭄바의 ‘슬픈 얼굴’을 좀더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