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
1년 전만 해도 이런 고민을 했었다. 2024 카타르아시안컵 훈련 중 부상으로 재활에만 몰두하느라, 월드컵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시기를 이 악물고 버텨냈다. 그리고 12일 ‘꿈의 무대’에서 한국의 승리를 완성했다.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수문장 김승규(36·FC도쿄) 얘기다.
김승규는 12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경기장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와 경기에서 ‘선방쇼’를 펼치며 한국의 2-1, 역전승을 도왔다. 황인범과 오현규가 차례로 상대 체코의 골망을 흔드는 사이 그는 한국의 골망을 지켜냈다.
두 차례 실점 위기에서 ‘거미손’의 위력을 뽐냈다. 김승규는 후반 37분 체코의 아담 흘로제크가 골문 정면에서 결정적인 슈팅을 날리자,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손과 발을 동시에 뻗어 슈팅을 막아냈다. 후반 추가 시간에도 미할 사딜레크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한국의 승리를 굳혔다. 적장인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체코 감독조차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골키퍼가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때린 슈팅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김승규의 선방에 찬사를 보냈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현지 취재진과 만난 김승규는 “저희(한국)가 주도하는 경기였는데 먼저 실점해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수비나 골키퍼의 책임이 될 수도 있었다. 역전을 하고 제가 마지막에 선방해 팀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기쁘다”고 했다
노력의 결실이다. 김승규는 월드컵 개막 전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체코는) 크로스도 많고, 장신 선수들도 많다. 골키퍼가 골대만 지키는 것이 다가 아니다. 공중볼이 왔을 때 적극적으로 막는 것도 골키퍼의 역할”이라고 했다. 고지대 변수에 맞춰 공중볼 대처 훈련도 했다. 그는 “슈팅 훈련을 할 때 막았다고 생각했던 볼도 빠르게 왔다. 집중력 있게 막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승규의 체코전 선방은 여러 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36살인 그는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2014년 브라질 대회를 시작으로 2018년 러시아 대회,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이번에 개인 통산 네 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손흥민과 함께 한국 대표팀 월드컵 4회 출전 기록이다.
부상을 이겨낸 선방이란 점도 눈에 띈다. 선수 생명을 위협할 십자인대 파열을 두 차례 겪었으나 모두 극복하며 많은 이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일깨웠다. 김승규는 “부상을 이겨내고 월드컵에 선발로 나오고 승리까지 가져오니 힘들었던 지난 날들에 조금이나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지금 부상에서 회복하고 재활하느라 힘들어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저를 보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개막 전 “매번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생각하며 임하지만, 이번에는 나이도 있기에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그리고 끝내 보여줬다.
김승규의 선방으로 16년 만에 ‘월드컵 1차전 승리’를 이룬 한국은 19일 오전 10시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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