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사라질 직업 목록에서 예술 분야는 줄곧 예외로 분류됐다. 인간의 창의력과 감성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이 된 인공지능 시대에서 예술가 그룹에 속하는 사진가의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몇마디 말과 문장만 있으면 ‘생성형 에이아이’(Generative AI)가 상상 속 풍경을 현실로 구현한다. 카메라도, 찍는 수고도 필요 없다. 전문 기술로 여겨졌던 사진 편집도 마찬가지다. 배달 음식 주문하듯 원하는 것들을 나열하면 작업이 끝난다. 게다가 결과물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한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도 조악한 가짜 사진들을 골라내며 인공지능을 비웃었지만 이제 감별을 포기했다.
현실 기록을 바탕으로 하는 사진을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촬영과 편집 전반에 걸쳐 좋은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새 파트너 챗지피티와 제미나이에 지시한 첫번째 임무는 사진에 대한 평가였다. 더 나은 사진을 위한 조언도 부탁했다.
인공지능이 평가한 사진은 총 세장이다. 풍경과 여행 사진은 편집 작업을 완료한 결과물이었다. 비판 위주의 평가를 유도하기 위해 노출, 구도에 문제가 있는 사진을 추가했다. 30년 경력의 사진 전문가 역할을 부여해 프롬프트(명령어)를 작성해 지시했다. 평가 항목은 노출, 구도, 색, 주제 표현, 감정 전달로 구분했다. 다음 촬영을 위한 개선점도 함께 요청했다. 완성된 프롬프트는 두 인공지능에 똑같이 입력했다.


일본 후지산의 반영을 찍은 풍경 사진에 챗지피티는 9.2점을, 제미나이는 8.5점을 매겼다. 세부적인 평가는 대동소이했다. 두 인공지능 모두 잔잔한 호수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을 주제로 해석했고, 안정적인 노출과 구도, 다채로운 색을 장점으로 꼽았다. 어두운 영역(암부)의 밝기 부족과 단조로운 구도를 단점으로 지적한 것도 같았다. 반면 색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챗지피티는 후지산 정상의 만년설이 차갑게 표현된 것을 언급했다. 제미나이는 편집 과정에서 파란색의 채도가 과하게 설정됐다고 평했다.
다음 촬영을 위한 조언에선 두 인공지능의 성향 차이가 드러났다. 챗지피티는 연출 중심으로 접근했다. 갈대, 나무, 돌, 구름 등을 프레임에 포함하거나 사진 비율을 바꾸는 등의 방법을 추천했다. 제미나이는 촬영 기술의 보강을 요구했다. 선명도와 계조를 개선하는 촬영 방법과 필터 추천에서 전문성이 느껴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거리 풍경을 찍은 사진에 챗지피티는 9.4점, 제미나이는 8.8점을 매겼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생동감이 잘 전달된다는 공통된 평가였다. 주변 인물 때문에 시선이 분산된다는 지적은 같다. 세부 평가에서는 제미나이가 항목별 단점을 꼼꼼하게 지적했다. 그중에서 고전적인 느낌의 색 편집이 생동감을 가라앉힌다는 평에 공감했다. 개선점은 풍경 사진 평가와 마찬가지로 챗지피티는 연출, 제미나이는 촬영 기술에 중점을 뒀다. 동일한 작업을 실행해도 인공지능 서비스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록용으로 찍은 사진을 인공지능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제미나이는 7.5점을 줬지만, 챗지피티는 놀랍게도 8.6점을 매겼다. 모든 테스트에서 챗지피티의 점수가 제미나이보다 높았다. 이 평가에서는 장점보다 단점에 주목했다. 예상대로 불안정한 구도, 수직 수평 문제가 공통으로 지적됐다. 도로의 면적이 불필요하게 넓고 전선과 자동차 앞부분이 시선을 분산시킨다는 의견은 내 생각과 일치했다. 주제와 주인공이 없어 서사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평가 역시 날카로웠다.
두 인공지능의 평론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진 속 장면 날씨, 시간대를 분석해 적정 노출과 색을 가늠했고 주제를 고려한 구도 설정을 권했다. 제시된 개선점들은 단조로웠지만 몇개는 실제 촬영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생성형 에이아이 외에도 인공지능 사진을 즐길 방법은 많다.
글·사진 김성주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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