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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고대운동 문화 공간 ‘힘의집’에서 열린 ‘고대운동 리추얼’ 수업에서 이곳의 공동대표 김주현씨가 페르시안밀 돌리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고대운동 문화 공간 ‘힘의집’에서 열린 ‘고대운동 리추얼’ 수업에서 이곳의 공동대표 김주현씨가 페르시안밀 돌리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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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 리듬에 맞춰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페르시안밀’(운동용 방망이)을 들었건 ‘셰나’(칼을 본떠 만든 막대 형태 도구)를 짚고 엎드렸건, 현대인들이 고대운동으로 진지하게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고대운동 문화 공간 ‘힘의집’에서 ‘고대운동 리추얼’ 수업이 열렸다. ‘리추얼’(의식)은 여러 사람이 모여 음악을 틀어놓고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운동을 한다는 의미로 붙은 용어다. 커다란 원을 이루고 선 나와 8명의 훈련생들은 길이 60㎝쯤 되는 방망이 ‘페르시안밀’ 한쌍을 양손에서 돌리며, 오묘한 보랏빛 조명과 기묘한 전자음으로 구성된 ‘앰비언트 테크노’의 리듬을 탔다.

정신수양과 예절 포함한 문화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고대운동 문화 공간 ‘힘의집’에서 열린 ‘고대운동 리추얼’ 수업 참가자들이 공동대표 김주현씨의 설명에 따라 페르시안밀을 돌리는 운동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각각 2~4㎏짜리 페르시안밀 한쌍씩을 썼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고대운동 문화 공간 ‘힘의집’에서 열린 ‘고대운동 리추얼’ 수업 참가자들이 공동대표 김주현씨의 설명에 따라 페르시안밀을 돌리는 운동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각각 2~4㎏짜리 페르시안밀 한쌍씩을 썼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과한 힘을 들이지 않고 방망이를 돌리려면 일단 리듬을 잘 타야 합니다.” 중앙에 선 힘의집 공동대표 김주현(37)씨가 말했다. 왼쪽, 오른쪽 순서에 맞춰 흉곽을 밀면 앞으로 걸어가지 않아도 전진하는 듯한 몸의 움직임이 만들어진다. 김씨는 “오른쪽 흉곽이 왼쪽 발등에 접근하려 한다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방망이를 돌릴 때 몸의 자연스러운 회전이 중요한데 이를 위한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인 셈이다. 몸이 돌기 시작하자 자연히 방망이가 등 뒤로 툭, 떨어졌다가 시선이 완전히 왼쪽을 향할 무렵 붕, 올라온다. 오른쪽도 마찬가지다. 리듬과 옆 사람에게 맞춰 움직이는 동안 2㎏짜리 페르시안밀이 등 뒤에서 진자운동을 하며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처음 바닥에서 들어올릴 때와 달리 손목에 무리 가는 느낌은 없었다. 헬스장에서 ‘무게 좀 치는’ 이들에겐 별거 아니겠지만, 근력은 ‘1’도 없는 내겐 개당 2㎏도 만만치 않은 무게인지라 15분 정도 쉼 없이 휘두른 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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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거대한 막대사탕처럼 생긴 ‘메이스벨’ 운동을 2인1조로 했다. 한 사람이 메이스벨을 돌리면 다른 한 사람이 앞에서 숫자를 세어준다. 메이스벨은 양손으로 막대를 잡고 양다리를 넓게 벌린 채 둥근 벨을 등 뒤로 넘긴 뒤, 흉곽을 좌우로 밀며 둥근 벨이 뒷목까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도록 반복하는 운동이다. 4~20㎏ 중 가장 가벼운 4㎏을 골랐음에도 버거워 낑낑거리는 내게 파트너는 웃으며 “메이스벨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무릎을 굽혔다 펴면서 앉았다 일어나는 힘을 이용해보라”고 권했다. 그대로 따라 하자 나 또한 진자운동의 일부가 되며 벨을 돌릴 수 있었다. 김씨는 자꾸 막대에 턱을 부딪치는 나를 보더니 “몸이 좌우로 끝까지 돌지 않아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겁먹지 말고 벨을 과감히 떨어뜨려야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고 충고했다.

‘힘의집’에 진열돼 있는 다양한 무게의 페르시안밀. 무게는 각각 1~25㎏으로 다양하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힘의집’에 진열돼 있는 다양한 무게의 페르시안밀. 무게는 각각 1~25㎏으로 다양하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이날 ‘고대운동 리추얼’에서는 틈틈이 몸풀기로 셰나를 활용한 운동이 진행됐다. 75㎝ 길이에 두께 2㎝짜리 나무 막대를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짚고 엎드려 박자에 맞춰 팔굽혀펴기, 점프와 회전을 반복했다. 이때에도 관건은 한쪽 흉곽과 반대쪽 발등이 만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 끝으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발가락을 맞대고 깍지를 끼는 등 짧은 몸풀기 시간을 가졌다. 내내 방망이를 올려두었던 승모근 쪽에 약간의 둔통이 있는 걸 제외하면, 쑤심이나 뭉침이 느껴지기는커녕 온몸이 개운하고 머리가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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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운동’은 말 그대로 고대인들이 행한 운동이다. 초기 인류가 생존을 위해 반복한 수렵, 전투 등 원형적 움직임에 뿌리를 둔 운동을 뜻한다. 이 중 ‘주르카네’(정식 명칭 ‘바르제시 에 파흘라바니’)는 고대 페르시아에서 엘리트 전사를 기르기 위해 고안된 훈련 프로그램이다. 현대에 와서는 이란의 국기로 채택됐으며,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전신의 근육을 골고루 강화할 수 있다. 주르카네에 주로 쓰이는 도구는 페르시안밀과 셰나다. 이 중 페르시안밀은 특히 어깨, 팔 등 상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다. 셰나를 통한 운동은 몸의 중심부, 즉 허리·배·골반 근육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고대운동 중 메이스벨을 쓰는 운동은 인도에서 행해졌다. 이 고대운동들은 신체 단련을 넘어 정신 수양과 예절 등을 포함하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국내에서는 공동대표인 김한얼(39)씨와 김주현씨가 2016년 ‘힘의집’을 열어 물꼬를 텄다. 김한얼씨는 “10년 전에는 하는 사람이 거의 저희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웰니스와 명상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최근 리모델링을 마치고 연 오픈 파티에는 150명 정도 참석했다”고 했다. 또 지난 2월16일 방송된 문화방송(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전현무가 페르시안밀을 휘두르는 모습이 담겨 소소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격투기 운동 때 부상·체력소모 적어져”

고대운동 리추얼 수업에서 메이스벨 중 가장 가벼운 4㎏짜리로 운동하고 있는 참가자.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고대운동 리추얼 수업에서 메이스벨 중 가장 가벼운 4㎏짜리로 운동하고 있는 참가자.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힘의집이 개발한 고대운동 리추얼에서는 신체 단련과 함께 ‘명상’ 측면이 특히 강조된다. “방망이를 돌리면서 내 움직임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따라서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계속 찾아보면서 명상이 되는 거죠.” 김한얼씨가 말했다. 고대운동이 포함된 움직임 명상 프로그램 ‘바른 마음을 위한 움직임’(바마움)을 공동개발한 채정호(63)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고대운동 특유의 ‘진자운동’에 집중하면 “개인이 골몰해 있던 부정적 정서·감정으로부터 비교적 수월히 빠져나올 수 있다”고 했다. 주의 집중 훈련이 되면서 전두엽 기능이 활성화된다고도 했다. 좌선 명상에 견줘 이점도 있었다. “그냥 앉아서 하는 명상은 자칫하면 오만가지 생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고대운동을 통해 움직임 명상을 하면 방망이라는 물체에 어떻게든 집중하게 되죠. 생각이 많은 분, 명상 초보자,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그는 또 “현대인들은 ‘나’를 부정적으로 보기 쉬운데, ‘나’를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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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방망이 돌리기를 ‘찍먹’ 해보고 싶다면, 페트병에 모래나 물을 채운 뒤 유튜브 영상 등을 참고 삼아 따라 할 수 있다. 이후 수업 등을 통해 정확한 방법을 익힌 뒤에는 방망이를 사서 홀로 돌릴 수도 있다. 층간소음 걱정 없는 게 장점이고, 야외에서도 약간의 시선만 감수하면 문제없다. 김한얼씨는 “일반적으로 여성은 2~3㎏, 남성은 3~5㎏ 정도 무게의 방망이를 쓰는 편”이라며 “처음에는 저렴한 것으로 시작하길 추천한다”고 했다. 몰입을 위해 조명과 음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곡 선정 기준을 묻자 “멜로디보다는 리듬이 강조된 음악이라면 뭐든 좋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면 된다”고 김한얼씨는 답했다. “케이팝, 클래식은 물론이고 군가에 맞춰 한 적도 있어요.” 복장은 가급적 목까지 올라오는 윗도리를 추천한다. 방망이가 직접 살에 닿으면 쓸려서 아프거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탓이다.

방망이를 돌릴 때는 몸에서 멀어지지 않게, 중심부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것이 힘을 아끼는 요령이다. 김주현씨는 “끝부분에 무게가 쏠려 있는 페르시안밀과 메이스벨의 특성상, 몸에서 멀어질수록 원심력이 커져 일정 무게를 넘으면 휘두르지 못한다”며 “무거운 방망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휘두르기 위해 내 몸의 무게중심에 가깝게 방망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고대운동이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에 일으킨 변화는 무엇일까. 과거 학예사로 활동하다 지금은 힘의집에서 일하고 있는 강소연(36)씨는 1년 반 전 고대운동을 시작했다. 강씨는 힘의집에서 신체적, 정신적 ‘환골탈태’를 경험했다. 원래 킥복싱을 했다는 강씨는 “고대운동은 킥복싱만큼 과격하지 않으면서 전투적인 느낌이 있고, 리듬에 맞춰 움직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옛날에는 자세가 항상 움츠려져 있었는데, 고대운동을 한 뒤로 어깨가 펴졌어요. 자세뿐만 아니라 태도까지 당당해진 느낌, 중심이 바로 세워진 느낌이에요. 직장에서 받던 스트레스에도 한결 태연해졌고요.”

음악업계에서 일하는 송영호(45)씨는 힘의집이 생기기 전부터 방망이 운동을 했다. “강한 운동”을 찾다가 클럽벨(굵은 야구방망이처럼 생긴 운동기구로 근력 향상과 코어 근육 강화, 균형 감각 등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할 수 있음)을 접했고, 힘의집에서 페르시안밀까지 섭렵하게 됐다. 송씨는 고대운동을 통해 “힘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법을 배웠다”며 “몸의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했다. 송씨에게 효과는 다른 격투기 종목에서도 드러났다. “종합격투기와 주짓수도 해왔는데, 고대운동을 배우고 난 뒤로 부상과 체력 소모가 적어졌어요. 호흡도 편해졌고요. 운동 끝난 뒤 후유증이 거의 없고, 알배거나 쑤시는 것도 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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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집중, 내 감각 오롯이 관찰”

‘힘의집’에서 페르시안밀을 돌리고 있는 공동대표 김한얼씨. 김한얼 제공
‘힘의집’에서 페르시안밀을 돌리고 있는 공동대표 김한얼씨. 김한얼 제공

이에 대해 김주현씨는 “방망이는 길이가 길고 무게가 끝부분에 쏠린, 비효율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이를 휘두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매우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고대운동을 통해 익힌 효율적 움직임이 일상이나 다른 운동을 할 때 발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태권도, 야구 등 다른 운동인들을 대상으로 고대운동 교육을 진행한 김씨는 “무거운 방망이의 무게를 눈이 아닌 감각으로 좇는 연습을 통해 내 몸의 위치, 자세, 움직임을 아는 등의 ‘고유 감각’이 활성화된다”며 근력과 유연성을 기르는 것보다도 몸을 제대로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대운동은 몸뿐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키운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양사하(25)씨는 4년째 고대운동을 하고 있다. 힘의집에서, 집에서, 또 최근에는 야외에서 페르시안밀을 돌렸다. “얼마 전 한강에서 방망이를 돌리고 있는데 비가 오더라고요. 그냥 맞으면서 계속했죠. 눈 감고 미니멀 테크노 음악을 들으면서 방망이를 돌리니까 실내와 다른 개방감이 느껴졌어요.” 양씨는 고대운동을 시작한 뒤로 “일상에서 겪는 순간순간의 기쁨이 더 자세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송씨는 “운동하다 보면 경쟁심이 생기고 부담이 생기고 그러다 다치지 않나. 그런데 그걸 내려놓게 되더라. ‘내가 여기까지 왔네’라고 알아차릴 뿐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안 느끼고 그냥 하게 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요가와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는 최여진(32)씨는 이날 처음 고대운동 수업에 참여했다. 최씨는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는데, 동작을 반복하며 점차 내 몸에 집중하게 됐다. 나의 감각을 오롯이 관찰할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고대운동을 마무리하는 ‘사모바르’(차담) 시간에 수강생들이 둘러앉아 차와 간식을 함께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고대운동을 마무리하는 ‘사모바르’(차담) 시간에 수강생들이 둘러앉아 차와 간식을 함께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긴장의 끝은 이완. 이날 1시간 반가량 진행된 고대운동 리추얼의 대단원은 함께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모바르’(러시아어로 주전자를 뜻함. 사모바르는 이란과 중앙아시아에서 유래)였다. 땀이 식어가는 동안 따듯한 황차를 마시고 말린 자두를 먹으니 몸 안에서 차분한 열기가 돌았다. 강소연씨는 “함께 방망이를 돌리고 난 다음에는 이렇게 마주 앉아 얘기해도 어색함이 없고 유대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양사하씨는 “차담이 메인 이벤트처럼 느껴진다. 함께 유대감을 쌓을 수 있으니 운동할 때도 서로 자세를 더 잘 봐주게 되는 것 같고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좋다”며 사모바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대운동에서 방망이를 잘 휘두르는 법은 리듬과 전진, 그리고 무엇보다 공동체성이다. 음악뿐 아니라 타인과의 하나됨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진정한 몰입으로 이어진다. “고대운동 리추얼은 혼자만 리듬을 타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거잖아요. 공통된 의식 속에서 움직임의 리듬을 공유하는 게 핵심입니다.” 김한얼씨의 말이다.

유해강 허프포스트코리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