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은 부패와 특권을 만드는 일체의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정당한 항의다.”(2017 촛불권리선언 일부)
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둔 29일 저녁 5만여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은 다시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무대 전광판에 떠오른 ‘2017 촛불권리 선언’을 상기시켰다. 이날 시민들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후보들이 보여온 여러 문제들을 비판하고 그간 광장의 촛불들이 요구해온 적폐청산의 목소리가 선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 등을 지적했다. 대통령 탄핵이 사회 문제를 청산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시민혁명이 완성되는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지수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은 학교 동료들과 함께 자유 발언을 신청해 무대에 올라 “우리 사회 적폐 청산을 위해 5월 정치 혁명을 준비해왔다”며 “우리가 어떻게 만든 조기 대선인데 대선 후보들은 청년들이 원하는 공약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학졸업자 50만명이 높은 등록금에 빚을 떠안고 사회에 진출하고 있지만 반값등록금을 약속하는 후보가 없다.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촛불을 든게 아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공약을 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정치 세력이 3년동안 세월호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비판 발언도 나왔다.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소개한 김경기(40)씨는 자유발언 무대에 올라 “아직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명확한 원인이 조사되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기억에서 지우라고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청와대에서 무엇을 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4·26일을 끊임없이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그간 촛불을 열심히 들어왔지만 자신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에 속상해 자신 대신 어른들에게 꼭 투표장에 가라고 당부하러 나온 청소년도 있었다. 김현모(18·인천효성고)군은 화가난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우리 사회를 바꾸고 싶어 열심히 촛불을 들었는데 여러분에게 막상 투표권이 없다면 기분이 어떻겠나. 나같은 청소년을 위해 투표권 있는 어른들이 꼭 적폐 청산을 실현해줄 후보가 당선되도록 선거에 참여해 달라. 국회는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청소년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개정하라”고 호소했다.
23차례 촛불집회가 열리는 동안 빠짐없이 광장에 ‘성소수자 자긍심’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고나온 성소수자들이 있었다. 이날 성소수자들은 무대에 올라 대통령 후보들에게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남웅(33)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은 “대통령 후보들이 티브이 토론에 나와 우리의 존재 자체를 반대하는 발언을 듣고 있다. 적폐청산을 위해 촛불을 들어왔던 성소수자들은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벌써부터 차별받고 있다. 진작에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졌다면 티브이 토론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막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차기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이외에도 사드 배치 철회, 언론적폐 청산, 비정규직 제도 철폐, 과로로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은 드라마 <혼술남녀>의 이한빛 피디에 대한 씨제이의 사과 촉구 등 최근 터져나오고 있는 여러 사회문제들에 대한 시민들의 자유로운 주장이 이어졌다.
국정농단 사태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이날로써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 전 마지막 집회이고 선거 이후에는 올바른 정권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곧 퇴진행동을 해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새정부가 적폐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촛불은 다시 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7시께 시작된 집회는 저녁 8시30분께 마무리 했다. 시민들은 삼청로를 지나 황교안 총리 관저 앞까지 행진을 벌이고 밤 9시30분께 자진 해산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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