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박홍우 서울행정법원장이 의정부지방법원장 재직시 ‘5·18 민주화운동은 공산주의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법률책을 판사들에게 배포해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의정부지법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법원장은 지난해 10월 <518과 헌재사망론>이라는 책을 지법 부장판사들에게, 올해 3월엔 <헌법파괴세력>이라는 책을 일반 판사들에게 배포했다. 둘 모두 ‘5·18특별법’이 위헌적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헌법파괴세력>은 “5·18 민주화운동은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혁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책의 저자 조문숙씨는 지난 2010년 <전두환 VS 광주혁명> 등의 책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나선 법률연구가다. 조씨는 <헌법파괴세력>에서 “광주혁명은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혁명”이었고, “5·18 혁명가를 진압하는 5·18 진압자(군인)들을 공격한 행위는 헌정질서 파괴행위”라며 “‘5·18 특별법’은 헌법을 짓밟고 법치주의를 깨트리면서 세상에 나와 ‘압제의 칼’을 휘두른 무시무시한 법률”이라고 주장했다.

광고

박 법원장이 <헌법파괴세력>을 배포하자 의정부지법의 한 판사는 “어떤 의도로 배포한 것인지 모르겠다. 판사들에게 특정 의도를 갖고 나눠준 것이라면 매우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법원 관계자가 전했다. 책 배포의 적절성을 두고 내부 논란이 일자 박 법원장은 지난 4월 판사들과의 정례 간담회에서 “무슨 책인지 잘 모른 채 배포했다”고 해명했다.

간담회 뒤에는 박 법원장의 비서관이 판사들에게 보낸 해명 편지를 통해 “출판사가 박 법원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책을 보내왔고, 박 법원장이 ‘부장판사들에게 먼저 보내는 게 좋겠다’고 해 부장(판사)님들께 서열순서대로 책을 보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고 의정부지법 관계자는 전했다.

광고
광고

이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박 법원장이 책 내용을 살펴본 뒤 배포했다면 더 좋았겠으나, 특별한 의도를 갖고 배포한 게 아니기 때문에 판사들 사이에 모두 소명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기호 무소속 의원(전 서울 북부지법 판사)은 “법원장이 두 차례에 걸쳐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책을 일선 판사들에게 보내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며 “법원장이 판사들에게 직접 나눠주는 법률책은 (법원장이) 추천하는 책으로 오해를 살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정부지법 쪽은 박 법원장이 재직(2011년 5월23일~올해 9월6일)하는 동안 판사들에게 보낸 책이 <518과 헌재사망론> <헌법파괴세력> 말고도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 관한 책’ 등 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책 이름이나 배포 대상, 시기 등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광고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 법원장은 2007년 1월 석궁을 들고 찾아온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에게 폭행을 당한, 이른바 ‘석궁 사건’의 당사자다. 박 법원장은 이번 논란에 대한 <한겨레>의 전화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