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이 9일 시작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뇌물로 받은 비자금을 재산분할의 근거로 삼아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향후 재판에선 분할 대상 재산의 규모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이상주)는 9일 오후 5시20분부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노 관장은 이날 첫 재판에 출석해 의견을 밝힌다. 최 회장 쪽은 법률 대리인들만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및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과 달리 대법원은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에 대해 노 관장의 기여도를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재산 분할을 다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태우가 최 회장의 부친에게 300억원을 지원한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노태우가 뇌물로 수령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하여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여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노태우 비자금’이 실제로 존재해 에스케이 쪽에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불법자금인 만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논리다. 다만, 대법원은 최 회장이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으로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20억원으로 산정한 원심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파기환송심 재판에선 양쪽이 분할 대상 재산 범위와 분할 비율을 두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 파기환송심을 대비해 변호인단을 보강하며 재판 대응에 나섰다. 상고심에 이어 파기환송심에서도 최 회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율촌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분할 대상 재산의 범위를 다시 정하고 재산 분할 비율을 재산정하며 종전 항소심의 사실인정이나 법리판단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하여 충실히 변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 대리인단에는 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 인권 분야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치열한 ‘법정 밖 여론전’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노 관장은 2022년 12월 1심 판결 선고 직후 법률신문에 인터뷰를 자청해 “나의 경우 보통의 이혼과 다른 축출 이혼”이라며 “기업 가진 남편이 가정을 지킨 배우자를 헐값에 쫓아낼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결렬되자 이듬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혼을 원치 않던 노 관장이 2019년 12월 위자료 3억원, 재산분할로 최 회장이 보유한 에스케이㈜ 주식의 50%(약 1조 원어치)를 요구하는 맞소송(반소)을 내며 소송이 본격화됐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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