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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비에스(CBS) 제공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비에스(CBS) 제공

유흥업소 방문, 음주 난동, 뇌물 수수 등 비위 의혹에 휩싸인 판사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행태를 향한 지적이 이어졌으나 사법부는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애기가 누구냐?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여경은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부장판사는 변호사와 ‘유흥업소 방문’을 상의하는 것처럼 보이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으로 곤욕을 치렀다. 앞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여 판사는 지난해 12월11일 “오늘 2차는 스윽 애기 보러 갈까”라는 변호사의 말에 “아유 좋죠 형님”이라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은 대화 속 ‘애기’가 누구를 지칭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여 판사는 “특정 종업원을 지칭하는 이야기였다”며 “‘7080라이브 카페의 종업원”이라고 답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룸살롱이나 유흥주점인 것은 아닌가요”라고 되묻자, 여 판사는 “룸이 없는 완전히 오픈된 공간”이라면서도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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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판사는 근무시간에 동료 부장판사 2명과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갔다가 난동을 피운 혐의로 대법원 감사도 받고 있다. 여 판사를 제외한 2명은 법사위의 동행명령장 발부에도 끝내 국감 출석을 거부했다. 애초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던 여 판사는 동행명령장 발부에 응해 이날 늦은 저녁 국감장에 나왔다. 법사위는 불출석한 두 부장판사를 고발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4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두번째 공판에서 취재진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4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두번째 공판에서 취재진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70만원 술값도 문제없다

20일 법사위 국감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연루된 ‘룸살롱 접대’ 의혹과 관련해 당시 결제된 술값이 170만원이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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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결제 금액이 ‘사생활’이라며 공개를 꺼리던 최진수 대법원 윤리감사관은 여당 의원의 집요한 추궁에 술값 170만원을 실토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술만 마셨는데 170만원이 나올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지만 최 감사관은 “그 술집에서 술 한 병이 얼마인지 그런 부분을 저희는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가의 술값이 드러났지만 대법원 쪽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 판사가 술 한 잔만 마신 뒤 자리를 떠났고, 청탁금지법상 직무와 관련 없는 경우 접대비용이 1인당 100만원이 넘어야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징계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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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사관은 “세 명 당사자의 진술이 지금은 일치하고 있다”고 했으나, 당시 상황을 입증할 수 있는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확인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 감사관은 “시시티브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200만원 상당 코트 15만원에 산 판사

명태균·김영선 등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사건’ 관련자들을 재판하는 김인택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뇌물 수수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판사는 에이치디시(HDC)신라면세점 황아무개 팀장에게 자신의 여권 사진을 전달해 200만원 상당의 막스마라 코트를 95% 할인된 금액인 15만원에, 200만원 상당인 톰브라운 바람막이를 80% 할인된 40만원에 샀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판사는 서울고법 판사 출신 조아무개 변호사와 황 팀장과 함께 국외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났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21일 법사위 국감에서 김 판사와 황 팀장의 관계를 따져 물었지만, 황 팀장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김 판사는 재판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황 팀장을 향해 “본인이 증언할 것도 없는데 왜 나왔느냐”고 꼬집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 사무실에 있던 1050원어치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꺼내먹은 일로 재판까지 받게 된, 이른바 ‘초코파이 재판’을 언급하며 김 판사의 뇌물 수수 의혹을 강하게 비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