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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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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개월 전 한국 사회는 내란을 겪었다. 군부도 아닌,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일으킨 친위 쿠데타였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시민들은 국회로 달려가 군경의 봉쇄를 막았고 국회는 계엄 해제를 의결하며 내란을 저지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내란을 완전히 진압했다.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언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지난 29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만났다. 퇴임 뒤 강연을 다니던 그는 블로그 글을 모은 에세이집 ‘호의에 대하여’ 출간을 계기로 더욱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문 전 대행은 윤석열 파면 결정문의 열쇳말로 주목받은 ‘관용과 자제’가 새 정부를 향한 헌재의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지방분권 강화를 소신으로 갖고 있는 그는 향후 헌법 개정 과정에서 부의 양극화, 서울 집중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거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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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을 묻는 질문에 ‘주로는 인터뷰와 강연을 거절하고, 때로는 인터뷰와 강연을 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대들이 갈 곳을 잃었지 않나 생각한다”며 대학에서 요청하는 강연은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고도 했다.

‘더불어’ 대신 ‘또한’

“무슨 어느 나라가 이 시기에 비상계엄을 하나 이렇게 생각했지…. 현실인가 꿈인가 생각했어요. 드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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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TV) 생중계를 통해 비상계엄 소식을 들었던 지난해 12월3일 밤을 떠올리며 문 전 대행은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같은 정국 상황은 헌재 결정에 맡겨질 것이란 걸 그는 직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왜 선포했다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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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어요. 생각해봤는데 이해가 안 돼요. 헌법에 보면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면 해제를 하게 돼 있잖아요. 그런 재적 과반수가 (당시) 야당에 있었잖아요. 헌법을 공부를 하면 그게 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잘 모르겠어요.”

―윤 전 대통령 파면이 우리 사회에 남긴 건 무엇일까요?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렸다, 가지를 친다고 나무를 흔들 수는 없다, 1980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1980년도 비상계엄을 했고 2024년도 비상계엄을 했어요. 결과가 다르잖아요. 1980년엔 우리가 졌고, 2025년은 우리가 이겼어요. 그 이유는 지금은 민주주의가 뿌리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되돌리려고 한다? 불가능합니다.”

―책 ‘호의에 대하여’에서 “헌법의 존립을 해하거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그동안에 어쨌든 대학교를 다녔다. 헌정 질서가 파괴되건 말건 저항권을 행사하건 말건”이라고 한 내용이 나옵니다.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에 사법시험을 준비하신 건데 나름의 부채감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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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의 힘을 통해서 바로잡아봐야 되겠다, 그러니까 사법시험을 치는 동안에는 그런 거 좀 유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했고 오히려 학교 다닐 때 제가 학생운동을 안 했기 때문에 판사 하는 동안에 나름 개혁·진보 이런 데 좀 더 관심을 오래 가져도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부채의식, 그러니까 민주주의를 내 힘으로 만들지 못했잖아요. 근데 그 혜택은 저도 다 받잖아요. 그걸 좀 갚아야 된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대통령 탄핵 평의 과정에 대해 말을 아끼던 그는 단 하나만큼은 자부했다.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 글’. 문장은 물론, 단어 하나를 가지고 끊임없는 토의 과정을 거쳐 인용과 기각 논리가 구성됐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인용 결정문과 기각 결정문을 가지고 올해 4월1일 평결을 거쳤다. ‘인용, 인용, 인용…’ 결과는 8대 0이었다.

—8대 0이라는 느낌이 왔기 때문에 그날 평결을 한 것인가요?

“4월4일이 (선고) 디데이라고 생각했어요. 더는 늦출 수는 없다. (4월14일이 재판관 2명의 퇴임일이기 때문에) 그걸 늦추면 이번 탄핵 사건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어요. 그럼 4월1일 정도는 표결을 해야 될 거 아니에요?”

―노무현·박근혜 탄핵 재판 전례에 비춰, 변론 종결 뒤 2주 뒤면 선고가 나올 줄 알았는데 4월4일까지 미뤄졌습니다.

“자꾸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과 비교를 하잖아요.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이 왜 그날 선고됐냐면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을 3일 앞두고 있기 때문이에요. 탄핵 사건이 그리 빨리 끝날 수가 없어요. 쟁점과 기록이 얼마나 많은데요.”

―쟁점이 복잡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문장뿐만 아니라 단어를 검토했다니까요. 예를 들어 ‘더불어’가 있었어요. 어떤 분이 ‘특정 정당이 연상되지 않냐’ 그래서 ‘또한’으로 바꾼 거예요. 단어 토론을 했는데 그게 시간이 그 정도면 엄청 빠른 거 아니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탄핵 결정문 중에 완성도가 좀 높았다 스스로 생각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텍스트 중에 가장 많은 퇴고를 거친 거네요.

“저도 책을 냈지만 그렇게까지 교정 안 했어요. 얘(본인 저서)한테 쏟은 정성의 몇십배를 결정문에 썼어요.”

—윤석열 탄핵 선고 이전에 최재해·이창수·한덕수 탄핵안이 기각됐습니다. 대통령 탄핵 사건이 워낙 중요하니까 다른 사건은 조금 늦출 수도 있었던 거 아닌가요?

“(대통령 탄핵 사건을) 최우선 심리하는 거 맞아요. 그럼 다른 사건은 다 방치해야 되냐. 우리가 대충 봤어도 기각을 해야 될 사건이 있었어요. 그럼 그 사람은 왜 구제를 받지 못합니까?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적으로 심리한 건 맞지만 우리가 언제 다른 사건을 안 한다고 했습니까? 같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대통령 탄핵 사건이 처리 속도에 영향을 미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묻고 싶은 것은 국민이 헌재 보고 늦었다 말할 수 있어요. 근데 어떻게 국회가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요. 자기들이 사건을 그렇게 많이 넣어놓고서 왜 빨리 안 끝내냐고 말하는 것은 저는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한덕수 총리 사건은 위헌이지만 중대성이 인정 안 된다, 국민의 신임을 배반할 정도 아니다 이렇게 해서 탄핵안이 기각됐습니다. 한덕수 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던 건 명백한 헌법 위반인데 이게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본 건 정계선 재판관 한명뿐이었어요.

“논쟁이 조금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 지적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대행님도 ‘한덕수 파면 기각’ 의견을 쓰셨어요.

“거기에 대해서 비판하는 거에 대해서 회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비판 달게 받겠습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파면’

―대통령 탄핵 결정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요?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식적인 의사결정은 어디까지나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조화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부분이에요. 우리(재판관 8인)는 민주주의의 본질은 관용과 자제라고 봤습니다. 관용과 자제의 이유는 견제와 균형을 하기 위해서예요. 레비츠키 교수가 말하는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비공식 규범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우리 8명이 다 동의했어요.”

―‘관용과 자제’라는 열쇳말은 대행님께서 제시하신 건가요?

“다른 재판관이었어요. 누군지 밝히긴 어려운데 그분이 그 책(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을 읽고 상당히 감명을 받았다고 화두를 꺼냈고, 저도 그 책을 읽어봤고. 피청구인의 잘못만 지적하면 되지 왜 결정문에 국회 잘못도 이야기했냐고 하는데, 피청구인 관점에서 이걸 정당화해보려고 생각을 했어요. ‘피청구인은 국회의 잘못이라고 하는데, 정부와 국회 사이의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조화되고 해소돼야 할 정치문제’라고 본 거죠.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지 왜 병력을 동원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냐? 이건 민주주의 본질인 관용과 자제를 벗어난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민주주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파면이다.”

―모든 관점으로 봐도 파면이다?

“모든 쟁점, 모든 관점에서 봐도 당신은 파면이다. 이게 완전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그 문장을 넣은 이유가 있어요. 탄핵 사건이 자꾸 되풀이되는데, 우리가 새 정부에서 정부와 국회 사이의 관계에 대해 헌법적 규범을 설명하는 게 좋지 않겠냐, 의견이 나왔어요. 그게 뭐냐? 역시 관용과 자제였어요. ‘새 정부가 탄생하면 정부와 국회 사이에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해야 된다. 그게 민주주의다’라고 쓴 거예요. 제가 강연을 하고 인터뷰를 하고 말을 하잖아요. 개인 생각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관용과 자제는 이 정부 하에서도 필요합니다.”

―당시 새 정부를 향한 메시지라고까지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는데요.

“그래서 지금 제가 말하는 거예요. 단, 오해하지 마실 것이 우리가 탄핵을 선고했을 때는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몰라요. 이른바 ‘원시 상태’에서 말한 거예요. ‘어떤 정부든 국회의 관계를 관용과 자제로 풀어야 됩니다. 그래야 민주주의 본질에 부합합니다. 우리의 이 오랜 고민을 잘 헤아려주십시오’라는 게 거기에 들어 있습니다. 근데 파면이 되고 나니 결정문을 안 읽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강연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했던 민주주의는 이거라고 말하는 거예요. 탄핵 결정문을 말하자면 일타 강사처럼 해설하는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첨예했던 사회적 갈등이 일단은 잦아들었습니다.

“대선을 치렀고 대부분의 정당이 대선에 참여했잖아요. 대선에 참여했다는 거는 논리 필연적으로 탄핵을 받아들인 거예요. 지금은 민생 회복을 누가 하냐, 사회 통합을 누가 하냐의 싸움이에요. 민생을 회복하고 국민을 통합시키면 그 정당은 계속 집권해요.”

―새 정부가 통합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봐요. 나머지는 말씀드리기 그렇습니다. 대통령은 민생 회복과 사회 통합 의지가 확고하다…. 예를 들면 송미령 장관을 유임시켰다든지, 첨예한 논쟁이 붙었을 때 그걸 좀 미뤄달라고 하셨잖아요.”

다시 쓰고 싶은 기후 소송 결정문

—헌법재판관 6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결정은 무엇인가요?

“기후 위기 사건이에요. 제가 쓴 문장이 제법 있어요. 저는 둘 다 위헌을 주장했고, 법정의견은 하나만 위헌을 하는 거예요. 주문을 만들지 못한 위헌 부분이 있어요. 정말 공들였어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근거한) 행정계획을 위헌으로 하려고 했던 부분은 선고하는 순간 바로 (수정)해야 돼요. 2025년에 우리가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되거든요. 그게 내 인생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건(대통령 탄핵)이 들어온 거예요.”

—다시 쓰고 싶은 결정문이 있다면요?

“그 또한 기후 위기 사건입니다. 기후 위기 사건 주문을 바꿔보고 싶어요. 나부터 줄이지 않으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그거 우리가 선언한 거예요. 독일도 위헌을 했는데 제 위헌 의견만큼 완전하지가 않아요. ‘당장은 위헌이 아니다’(헌법불합치 결정)라고 한 그게 좀 아쉬워요. 딱 하나 다시 쓴다면 그걸 다시 쓰고 싶고 나머지는 다시 하고 싶지 않습니다.”

헌재는 지난 9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며 탄소중립기본법의 관련 조항이 헌법불합치라며 2026년 2월28일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헌재의 기후 소송 결정에도 국회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어요.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한 미진한 국회의 반응에 어떻게 생각하세요?

“국회는 국민의 대표인데 왜 사법부가 국민의 대표 뜻을 안 따르냐고 하잖아요? 저는 이렇게 묻고 싶어요. 헌법불합치는요, 주권자의 위임에 따른 헌법적 결단이에요. 법을 고치라고 했잖아요. 안 고친 법이 엄청 많아요. 그건 헌법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고 봐요. 우리는 헌법이 부여한, 적어도 사법권에 관해서는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에요. 국회는 왜 헌법을 안 보세요? 헌법에 위헌 결정이 나면 법률을 고치라고 돼 있지, 위헌이 나더라도 고쳐도 되고 안 고쳐도 되고 그런 문구가 어디 있습니까? 그건 주권자의 뜻입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나라는 국민이 구했다

―가장 좋아하는 헌법 조문은 무엇입니까?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10조가 제일 와 닿았어요. 국가의 존재 이유가 거기 다 있잖아요. 국민이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를 만든 거잖아요. 헌법 10조를 1조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랑스는 ‘지방분권 국가’라는 조항도 갖고 있어요. 우리는 행정수도법을 국회가 통과시키고 대통령 후보가 공약을 걸고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위헌 결정했잖아요. 제가 재판관이었다면 당연히 합헌이고요.”

―개헌을 하면 그 외 어떤 내용이 필요할까요?

“주거권을 명시했으면 좋겠어요. 서울은 집이 없어서, 지방은 집이 남아서 난리예요. 부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집이에요. 집을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기본권의 목적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기본권을 명시하면 국가의 정책 우선순위가 바뀔 수밖에 없어요.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국민들한테 적절한 주거를 제공할 건가, 사회주택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거죠. 집이라는 건 가족들과 함께 따듯하게 밥을 먹고 이야기 나누고 미래를 꿈꾸는 그런 공간이 돼야지, 큰 부자가 되려고 투자 또는 투기 수단으로 집이 사용된다는 건 비극 아닙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헌법을 개정해야지 만날 권력구조…. 권력구조를 바꾸면 당장 좋은 대통령이 나올 것 같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요?

“우리가 설계했던 심급제도는 1심·2심은 사실심, 대법원은 법률심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사실인정을 세번 해요.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그렇게 (설계한 대로) 작동하지 않는 원인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원인을 제거한다는 연장선상에서 대법관 증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렇게 해야 합니다. 논의는 끝났고 지금 결단할 문제라고 하는데 그건 과거 얘기예요. 지금은 집권 세력도 다르고 대법원도 다르잖아요. 현 집권 세력과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어요. 지금은 결단할 시기가 아니라 논의할 시기입니다.”

—퇴임 뒤 만났던 시민 중에 기억에 남는 일화 있으세요?

“아까 배달하시는 분이 모자를 벗더니 ‘재판관님 나라를 구하셨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했어요. 그래서 내가 ‘나라는 국민이 구했고 재판관 도장만 찍은 거 아니냐’ 다른 방송에도 했지만 그 말을 했어요. 나라를 구하셨다고 인사하는 분이 많은데 나라는 국민이 구한 겁니다. 비상계엄 해제를 그때 국민이 달려가지 않았으면 해제됐겠어요? 국민이 달려가니까 군경이 소극적으로 임무 수행을 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비상계엄 해제가 된 거고요. 국민이 나라 구한 게 맞아요. 우리는 이제 그 사건이 넘어왔는데 법적으로 도장을 찍어준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않습니까? 도장 찍은 거죠. 나라는 국민이 구하셨고, 우리는 도장을 찍었고 그게 정확한 표현이지 재판관이 뭐 어떻게 나라를 구합니까?”

―비수도권 대학의 출강을 희망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강의하실 계획인가요?

“법을 좀 쉽게 설명해서 법의 정신이 법정뿐만 아니라 사회에 좀 전파될 수 있는 내용이요. 창업을 해도 여러 가지 장애가 있고 법적인 문제도 있는데 그런 문제에 초보적인 이해를 갖고 있으면 훨씬 도움이 될 거 아니에요. 그런 걸 내가 좀 해보고 싶습니다.”

정리/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