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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안창호 위원장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안창호 위원장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간리(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GANHRI) 승인소위(SCA)로부터 특별심사를 받는 인권위가 간리 쪽 추가 질의에 대한 재답변서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한 내용을 여럿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5일 인권위에서 입수한 ‘간리 승인소위에 보내는 재답변서’를 보면 상당수 답변이 사실과 다르거나 인권위 현실을 드러낼 수 없는 방식으로 간략하게 적혔다.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등 형식적인 답변도 많았다. 이 재답변서는 6월1일 인권위가 제출한 답변서에 대해 남규선 전 상임위원과 군인권센터, 윤 일병 매형 김진모씨가 간리에 반박문을 보내자, 간리 승인소위 사무국이 인권위에 의견을 물어온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이 재답변서를 7일까지 간리에 보낸다.

재답변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이충상 전 상임위원이 퇴임 직전 인권위 직원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한 일에 대해 인권위는 “인권위원, 사무총장, 동료 직원들의 적극적 탄원서 제출이 있었다”며 “인권위는 사실을 파악하며 해결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창호 위원장은 해당 사건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비판 받아왔다. 이숙진 상임위원과 인권위 직원 등 185명이 탄원서를 쓴 일을 마치 인권위 차원에서 해결 노력을 기울인다는 식으로 표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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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차별금지법 관련 교육 영상 삭제’와 관련해서도 “다른 교육 콘텐츠와 내용상 중복이 있는 점, 2021년과 달리 국회에 법안이 발의되어 있지 않는 등 입법적 논의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2025년 사이버 인권교육 과정 운영 계획 검토 시 해당 강좌를 제외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가 올해 사이버 교육과정 41개 과목 중 유일하게 삭제한 ‘차별금지의 이해’가 다른 교육콘텐츠와 중복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차별’이 붙은 다른 강좌들은 차별행위를 다룬 것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내용 전반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과목은 ‘차별금지의 이해’뿐이었다.

유가족과 군인권 활동가에 대한 소송에 대해서는 “5월30일 서울중앙지법이 항소에 대해 기각 판결했고, 이에 김용원 상임위원이 상고하여 상고심이 계속 중”이라고 밝혔다.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군인권보호관 겸 상임위원이 군 사망사고 유가족과 군인권 활동가들을 상대로 낸 소송이 대법원에 가기까지 왜 인권위가 항소 및 상고 포기를 유도하지 못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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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에 대한 인권위의 대응과 관련해서도 “2025년 7월,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투입 장병 등에 대한 보호조치 등을 권고했다”고만 썼다. 군인권보호위원회가 비상계엄에 연루된 고위 장성들에 대해 ‘최고급 지휘관의 명예’를 이유로 수갑을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했다가 국방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불수용 사실 자체를 공표하지 말자고 했던 사건 등은 답변서에 적지 않았다.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 관련해서는 “5월1일 두 번째 행정소송에서 전원위 의결과 다른 판결이 선고된” 상황이, 고 변희수 하사 재단 설립 심사 관련해서는 “5차례 심의가 위원간 이견으로 의결되지 못했다”고, 퀴어축제 불참은 “부스 운영과 같은 방식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짧게 서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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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진 상임위원은 인권위의 간리 재답변서와 관련해 “상임위원으로서 수정 및 보충의견을 제시했으나, 위원장은 별도 의논 없이 답변서 결재를 하고 휴가를 떠났다”며 “단어 하나에 이르기까지 수정의견을 냈고 특히 비상계엄 관련 인권위의 책임 방기 관련, 직원 보복 조치에 대한 보호 미흡, 동료 위원에 대한 모욕 및 불공정행위 그리고 2025 퀴어문화축제 불참에 관한 부분에서는 보충적 사실들을 적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간리는 인권위가 보내온 재답변서까지 종합 반영해 요약본을 만들어 본격 심의를 위한 사전 질의서를 인권위에 보내고, 특별심사를 위한 등급 조정 회의를 오는 10월 말께 개최할 예정이다. 인권위가 특별심사를 통해 기존의 에이(A) 등급을 유지할지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을지 비(B)등급으로 강등될지는 이 심의 직후 결정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