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7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에 숨진 청소노동자의 추모공간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21년 7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에 숨진 청소노동자의 추모공간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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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과로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 유족에게 학교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0단독 박종택 부장판사는 숨진 청소노동자 이아무개씨의 유족이 서울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총 8600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씨는 2021년 6월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사망 당시 59살로 지병이 없던 이씨가 과로와 직장 내 갑질을 당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사망 1년 반 전인 2019년 11월 입사 당시 체력검사를 문제 없이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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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기숙사 한 동을 혼자 담당하는 청소노동자로 사망 당일 아침 8시에 출근해 기숙사 청소 등의 업무를 했다고 한다. 이날 낮 12시 퇴근할 예정이었던 이씨는 오전 11시18분께 동료 청소노동자 1명과 통화했으며, 오전 11시48분께 딸과 통화했다. 이후 이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날 밤 10시까지 연락이 되지 않자 가족들이 경찰에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경찰은 휴게실 침상에서 숨진 이씨를 발견했다. 타살 혐의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흔적은 없었다.

노조와 이씨 동료들은 기숙사 안전관리팀장 ㄱ씨가 이씨를 포함해 청소노동자들에게 업무와 상관없이 건물명을 영어와 한자로 쓰는 시험을 치르게 하고 점수를 공개해 모욕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ㄱ씨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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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권센터도 자체 조사를 통해 ㄱ씨의 행위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다만 서울대 기숙사 징계위원회는 ㄱ씨에게 경징계인 경고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의 사망 직전 업무 내용과 환경, 쓰레기 처리량 등을 종합했을 때 육체적 강도가 높은 노동이라고 판단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유족은 2022년 6월 학교가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