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선 | 서울 은진초 교사, 세계시민교육연구소 운영위원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일상이 된 VUCA 시대,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영역을 빠르게 대체하며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온 능력의 경계를 흔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육은 새로운 질문과 마주한다. 무엇을 더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연결되는가가 중요한 시대,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어떤 가치를 남겨야 하는가.
그 답은 ‘감수성’에 있다. 특히 기후 위기가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 열대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경고 앞에서,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지구 공동체와 연결되는 ‘생태 감수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교실에서의 경험들이 어떻게 이러한 감수성을 길러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교실의 변화는 거창한 지식이 아니라 작은 경험에서 시작됐다. 교실 뒤편 작은 스마트팜에서 아이들은 토마토와 상추를 기르며 매일 생명의 변화를 관찰했다. 물을 주고, 잎의 색을 살피고, 하루의 성장을 기다리는 반복 속에서 아이들은 생명이 ‘돌봐야 하는 대상’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여기에 그림책 ‘아기 거북이 클로버’를 읽으며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는 해양 생물 이야기를 나누자, 아이들의 시선은 교실 밖으로 확장됐다. 보이지 않던 바다가, 멀게 느껴지던 생태 문제가 자신의 일상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감각은 다양한 표현 활동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해양 환경 보호 메시지를 담은 정크아트 작품을 기획하고,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으로 ‘거북이의 노래’를 만들었다. 또 지구 환경 문제를 알리는 짧은 영상을 제작해 다른 학년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디지털 기기를 단순히 소비하는 도구가 아니라, 지구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 활용하는 경험이었다. 더 나아가 학생들은 스스로 ‘해양 환경 작가’가 되어 환경 동화책을 집필하고, 출판기념회를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아이들의 언어로 표현된 환경 문제는 더욱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됐다.
배움은 교실을 넘어 삶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한 달 동안 가정과 학교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으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들었다.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방문해 버려진 자원이 다시 쓰이는 과정을 확인했고, ‘우리 마을 줍깅’ 활동을 통해 지역 쓰레기를 직접 치웠다. 에너지드림센터와 자원회수시설을 방문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와 버리는 쓰레기가 어떻게 순환되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이러한 경험은 환경 문제를 ‘알고 있는 사실’에서 ‘내가 참여하는 문제’로 전환시켰다.
교육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 더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일까, 더 많은 실천을 요구하는 일일까. 교실에서의 경험은 한 가지 방향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스스로 느끼고, 표현하고, 연결될 때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한 학생이 환경 동화책의 작가 소개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노력한 만큼 지구가 아름다워져요.” 이 문장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형성된 확신이다. 생태 감수성은 가르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보며 형성되는 감각이다. 그리고 그 감각이 자리 잡을 때, 지속가능한 미래는 비로소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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