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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혜교 |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 작가

 글쓰기를 시작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에게 반드시 다가오는 고난이 있다. 바로 ‘글감 부족’이다. 초보 작가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가장 자주 들었던 질문이 바로 “뭘 써야 할까요?”였다.

어쩌면 당연한 순서다. 매일 새로운 일상을 보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니까. 우리네 삶은 보통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특별한 글을 써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청소년이라면 더더욱 그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아직 다양한 경험이나 식견이 부족한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먼 과거, 어린이 시절의 나를 회상하며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청소년이 자기만의 글을 온전히 써내겠다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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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서는 ‘글감’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전에 따르면 글감이란 글의 내용이 되는 재료를 뜻한다. 무엇을 재료로 삼을지는 쓰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는 뜻이다. 특별한 사건이나 거창한 이야기만이 글의 주된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내가 느낀 감정이나 그날의 날씨, 우연히 마주친 하나의 단어가 글감이 될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청소년 작가들만의 강점이 드러난다. 청소년기는 수많은 감정과 처음 마주하는 시기다. 즉, 감정의 생경함을 더 생생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떠올려보자. 자칫 흔한 성장 소설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어째서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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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이 겪는 내면의 혼란을 함께 따라간다. ‘데미안’은 청소년기에 흔히 겪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거짓말에 따른 죄책감 등 성장기의 내면을 놀라우리만치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철학적 서사를 통해, 마치 청소년기로 돌아간 듯한 경험을 독자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곧 기억을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기억을 자주 인출할수록 원본과는 달라질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들도 여럿 보고되어 있다. 청소년들 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상황과 감정들은 성인이 되면 고스란히 꺼내보기 어려운 아주 귀중한 글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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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야기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작가는 다른 누구도 아닌 현재의 ‘나’다. 과거의 나는 상상에, 미래의 나는 회상에 의존해야겠지만, 현재의 나는 흘러가는 감정들을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으니까. 이러한 관점에서 청소년이란 아직 다 성장하지 못한 존재가 아니라, 매우 특수한 강점을 지닌 작가다.

불안하고, 들뜨고, 울적하고, 신나 하는 지금의 내 모습. 가끔은 그런 변화들이 버겁거나 서럽게 느껴지겠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희미하게 왜곡될 것이다. 만약 글을 쓰고 싶은 청소년이라면, 인상 깊은 장면과 감정을 놓치지 말고 기록해 두어야 한다.

훌륭한 작가란 특별한 이야기만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 속 소재를 주워 반질반질 윤기 나게 닦아내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딘가로 훌쩍 떠난다거나, 엄청난 성과를 거두지 않았더라도 괜찮다. 우리에게는 이미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