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나 | 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데이터 과학자
우리집에서는 세계 정상들의 국제관계 협상 테이블을 방불케하게까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치열한 ‘네고전쟁’(negotiation war)이 매일같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게임시간 관련이다.
청소년의 스마트폰과 게임 중독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만큼, 자녀의 게임 허용 여부와 시간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부모는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학교 친구와 보내는 시간보다 게임으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 옆에서 내가 “게임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가짜 성취감을 주입할 뿐이며, 이것은 곧 영양가 없는 정크 푸드와 같아서 실생활에서 성취감을 얻기 더 힘들게 한다”고 아무리 설교해봐야 별 효과는 없다.
오히려 아이는 게임에서 성취감, 도전, 협동, 세계 구축의 경험을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아이가 새 친구를 사귀게 되면 부모는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아주 궁금해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자녀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녀가 하는 게임을 잘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하도 들어서 나도 몇 번 도전해보았다. 절절하게 느낀 것은 ‘게임’으로 뭉뚱그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종류가 있고, 아이들의 취향은 유전자가 의심될 정도로 나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공지능(AI)에게 게임 종류를 크게 나눠 달라고 부탁해보았다. 포트나이트, 오버워치 같은 FPS·배틀로얄을 즐기는 아이는 즉각적인 피드백과 명확한 승패에 끌린다. 순간 집중력이 뛰어나고 압박 상황에서 빠르게 판단하는 걸 좋아한다.
마인크래프트, 심즈 같은 창작·샌드박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는 결과보다 과정을 즐긴다. 조금씩 쌓아가며 “내가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먹고 자란다.
어몽어스, 동물의 숲, 마리오카트 같은 소셜·파티 게임을 즐기는 아이는 관계 중심적이다. 이기는 것보다 누구와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팀 스포츠나 동아리 활동이 맞고, 교사·이벤트 기획자·HR 전문가가 적성과 잘 어울리는 직업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이런 식으로 각각 분류에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로블록스만 해도 수백만 개의 서로 다른 체험이 담긴 플랫폼이다. “로블록스 한다”는 말만으로는 아이를 알 수 없다. 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옆에 앉아서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정직한 방법이다. 아이는 부모가 자기 세계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연다.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면, AI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우리 아이가 ○○ 게임을 좋아하는데, 이 게임의 특성을 분석해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활동과 적성을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꽤 구체적인 답이 돌아온다. 부모가 게임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 아이에게 직접 물어봐도 된다. “게임에서 뭐가 제일 좋아?” 이기는 것인지, 만드는 것인지, 이야기인지, 친구랑 같이 하는 것인지. 그 대답 하나가 의외로 많은 걸 알려준다.
게임은 시간 낭비가 아닐 수 있다. 아이가 무엇에 끌리고,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하는지를 보여주는 창일 수 있다. 전원을 뽑기 전에, 먼저 화면 속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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