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태어났을 때’(이자벨 미뇨스 마르띵스 글, 마델레나 마또주 그림)라는 포르투갈 그림책에 이런 글이 담겨 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나는
하늘이 있는지
그 하늘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구름이 그토록 아름다운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모두 다 처음이었죠.’
그림책에서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 만물이 저마다의 색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고, 각기 다른 새로운 냄새를 맡으며, 다양한 소리를 듣는다. 울고 웃고 말하고 먹는 행동들을 할 수 있게 되고, 손으로는 다양한 감촉을 느낀다. 그렇게 날마다 계속해서 조금씩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그림책은 전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자라는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상황을 마주하며 계속 적응을 해 나가야 한다. 아이에게는 아직 버겁고 낯설기만 한 장면 속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유나 분유를 먹으며 익숙해진 ‘빨기’에서 이유식이라는 새로운 식사를 위해 ‘씹기’라는 기술을 배워야 하고, 가만히 누워 있던 몸을 뒤집어야 하며, 두 발에 힘을 주어 일어서고 걸어야 한다. 함께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익숙해졌는데 동생이 태어나기도 하고, 우리집의 규칙에 적응했을 즈음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규칙을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 이미 자연스럽고 익숙해진 그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는 얼마나 낯설고 생경한 것인지를 우리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가 새로운 상황을 ‘진짜’ 삶에서 마주치기 전에, 그림책으로 먼저 만나고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아이가 무언가를 새로 만나기 전에 그림책으로 미리 아이가 만날 상황을 소개해 주었다. 변기와 친해지기 전에 ‘똥이 풍덩!’(알로나 프랑켈 저, 여자 주인공 버전과 남자 주인공 버전이 따로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기 전에 ‘야호! 신나는 어린이집’(자비에 드뇌 저)과 ‘당근 유치원’(안녕달 저), 동생을 만나기 전에 ‘동생이 태어날 거야’(존 버닝햄 글, 헬린 옥슨버리 그림), ‘동생은 내가 좋은가 봐요’(마리알린 바뱅 저)와 ‘조금만’(타키무라 유우코 글, 스즈키 나가코 그림)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눴다. 아이는 같은 그림책을 여러 번 읽으며 새로운 세상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또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날 밤에는 둘째 아이와 ‘비행기 타는 날’(샤론 렌타 저)을 읽었다. 그덕에 아이는 처음 마주하는 공항과 비행기에 대해 덜 낯설어했다. 더불어 아이가 전날 읽었던 그림책의 내용을 떠올리고는 다음으로 탑승 수속을 하는 건지, 비행기를 타러 가는 건지를 오히려 나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엄마, 다음에는 짐 검사를 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해 보니, 이렇게 ‘미리 느껴보는’ 그림책 읽기가 육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뿐만 아니라 엄마로서는 그림책 속 등장인물이 처한 어려움에 공감하고, 그들처럼 새로운 상황에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아이는 그림책을 통해 대리 경험했던 기저귀 떼기, 유치원 적응하기, 동생 맞이하기 등 삶의 새롭고 낯선 국면들을 담담히 마주하며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갔다. 그때마다 ‘과연 우리 아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며 미리 떠올리던 수많은 걱정들은 금세 힘을 잃어버렸고, 단단하게 신발 끈을 조이며 내일을 준비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오늘 소개한 그림책을 펼쳐 보며, 인생의 새로운 미션과 만남들을 준비하면 좋겠다. 그림책이라는 작지만 커다란 세계에서 안전하게 헤엄치다가, 진짜 세상 위로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길 바란다.
글·사진 민경효 솔밭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