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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6월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1층 구내매점에서 출입기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6월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1층 구내매점에서 출입기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오늘 이 대통령이 어디에 나타날까?”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6~7월,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이 대통령의 ‘위치’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대통령이 종종 예고 없이 대통령실 커피숍과 식당을 찾아 기자들과 차담을 나누거나 ‘점심 번개’를 하며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의견을 들었기 때문이다. 새내기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거리가 되는 상황이라, 대통령의 위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기자들 용어로 ‘물을 먹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비공식적으로 기자들을 만나는 파격 행보를 즐겼다. 기자들 사이에 알려진 이 대통령과 기자들의 비공식 만남은 6월10일, 11일, 26일, 7월8일 등 총 네 차례에 이른다. 이외에 알려지지 않은 비공식 만남이 더 있을 수 있다. 이전 대통령 때는 쉽게 보기 힘든 행보였다. 기자들 사이에 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격의 없는’ 소통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이런 비공식적 만남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고민과 속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이재명 정부의 정책과 비전에 대한 보도를 더욱 내실 있게 할 수 있게 만드는 자양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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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7월8일 이 대통령은 김민석 신임 국무총리와 함께 대통령실 구내매점에서 출입 기자 10여명을 만나 커피를 마시며 현안에 대해 문답을 주고받는 즉석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비보도’를 전제로 공개 석상에서 하기 힘든 국정의 뒷이야기들을 쏟아냈고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는지 묻기도 했다. 이날 모임은 사전 약속이 아닌 그야말로 우연한 만남이었고, 10여명의 기자들은 운 좋게 이 대통령과 장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보도가 가능한 즉석 간담회도 종종 있었다. 완전한 ‘조우’는 아니고 공식-비공식 만남의 중간쯤 되는 만남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20분간 즉석 기자간담회를 했고, 7월23일 일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는 50분간 기자 질문을 받았다. 이날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솔직한 심정을 보도 가능한 수준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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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두 달을 넘긴 8월부터 이 대통령은 이런 비공식 만남을 급격히 줄였다. 이 대통령이 구내매점 등에서 기자들과 ‘번개 만남’을 갖는 경우는 사라졌고, 국정 뒷얘기를 들을 기회도 거의 없어졌다. 대신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르게 100일 만에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식적인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이 바뀐 이유로 ‘대통령실 체제 완비’를 먼저 꼽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초기에는 홍보수석도 없었고, 대통령실 체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대통령실 진용이 완전히 갖춰지니 안보는 안보실장이, 정책은 정책실장이, 전체적인 것은 홍보수석이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가 줄어든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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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일정 확대’도 취재진과의 비공식 접촉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공식 접촉을 일부러 줄인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일정을 보면 알겠지만, 워낙 일정이 많고 바쁘다. 이전에 기자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할 때 조우하면서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일정이 없다 보니 비공식 접촉도 줄어든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8월부터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본격화하는 등 비공식 간담회에서 풀어내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가 많아진 것도 이 대통령이 비공식 접촉을 줄인 이유 중 하나이다. 국익을 위해 보도되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 늘면서 이 대통령이 기자들과의 격의 없는 만남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