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은 감옥이었어요. 거길 나와 자립하니까 행복합니다.”
뇌병변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는 이호열(49)씨는 2023년 5월 시설(요양원)에서 나와 대구에 둥지를 틀었다. 자립생활을 통해 얻은 건 자유다. 한방에 8명이 같이 생활했던 시설에서는 “아플 때만 외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씨는 “자립하고 장애인야학에 다니고 있다. 한글도 배우고 친구들이랑 (문화예술수업 시간에) 춤추고 연기도 한다”며 즐거워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그는 출입구에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없이 단차가 있는 건물은 들어갈 수 없다. 외출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익숙하지 않다. 일을 하고 싶지만,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이씨가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로부터 주거(엘에이치 임대주택)와 활동지원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8월부터 장애인이 지역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주거와 일상생활 지원 등을 하는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단위 본사업으로 전환된다.
법 시행까지 1년도 남지 않았지만, 시범사업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 참여 인원(누적)이 2022년 29명, 2023년 105명, 2024년 288명, 2025년 481명 등 점점 늘고 있긴 하지만, 4년간 400명대에 그쳤다. 2023년 기준(보건복지통계연보)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1529곳에 2만7325명이 생활하고 있는 것에 견주면 적은 수치다. 지역 간 격차도 크다. 지난해 기준 시범사업을 하는 지방자치단체 35곳 중 인천이 61명으로 참여자가 가장 많고, 충북·대전·울산은 0명이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지원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활동지원 확대, 안정적인 주거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자립을 위해 (활동지원사가 일상생활 등을 도와주는) 활동지원이 절실하다”며 “현재 월 최대 200시간까지 받을 수 있는데, 하루로 따지면 4~5시간 정도라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조 활동가는 “200시간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도 4명 중 1명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서미화 의원도 “자립지원 사업이 탈시설의 통로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별 지원의 밀도와 총량을 모두 확대해야 한다”며 “주거와 활동지원 등 핵심 인프라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에 참여한 분들의 만족도가 높다. 자립생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프라를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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