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6월18일 우크라이나 부차의 한 공동묘지에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들이 묻혀 있다. 부차/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2022년 6월18일 우크라이나 부차의 한 공동묘지에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들이 묻혀 있다. 부차/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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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장진영씨는 2022년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그러나 그 선택은 형사처벌로 돌아왔다. 지난달 12일 법원은 장 작가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처벌 사유는 여권법 위반이다. 여권법은 전쟁이 일어난 위난 지역 방문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취재·보도 목적이라도 예외적으로 외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판부는 장 작가가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분쟁지역에서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 국가·사회가 입을 피해가 매우 큰 반면,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취재의 자유를 보장할 이익이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중요한 사실 하나가 빠져 있다. 외교부는 전쟁 발발 직후부터 약 한달 동안 취재 목적의 방문을 사실상 허가하지 않았다. 여행 금지는 즉시 발효됐지만,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절차는 공지하지도, 신청을 받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장 작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을 처벌의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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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 위험을 이유로 한 판단 역시 국제적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전쟁 초기 시엔엔(CNN)은 75명 규모의 취재진을 파견했고, 영국 언론사들도 50명이 넘는 기자를 현장에 투입했다. 지금도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을 취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 기자에게만 위험한 곳일까?

분쟁지역 취재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세계 각국은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취재를 막기보다 언론인의 안전을 보장하고 취재진을 보호한다. 나아가 국가의 분쟁지역 취재 제한 자체를 경계한다. 2016년 유럽평의회 각료위원회는 언론인의 자유로운 이동과 분쟁지역에 대한 접근을 부당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정보 접근을 어렵게 하거나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는 ‘간접 검열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한 현장에 누가, 언제 접근할 수 있는지를 국가가 사전에 결정하는 것은 취재와 보도에 대한 통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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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원의 판단은 정반대다. 재판부는 언론 활동을 위한 이동의 사전 제한을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예외적 여행 허가제도는 취재 내용이나 보도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지역 방문을 허가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가의 사전 통제가 낳을 검열 효과를 경계하기보다, 검열이 아니라는 점만으로 제한을 정당화한 셈이다.

재판부는 오늘날 유튜버 등의 활동이 활발해 언론인과 일반인, 공적 취재와 사적 촬영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전쟁의 참상을 찍어 공유하겠다는 의사만 밝히면 여행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취재·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나 언론인에게만 여권법을 달리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분쟁지역 취재의 가치보다 일반인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제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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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판결의 영향은 법정에 머물지 않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3년부터 9년간 외교부의 허가를 받아 여행금지국가를 취재한 언론인은 23명에 불과하다. 한해 4∼8명 수준이었고, 한명도 없는 해도 다섯차례였다. 허가제가 시행된 뒤 언론사들은 취재를 점점 꺼리게 됐고, 분쟁취재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취재 인력과 인프라도 함께 줄어들었다.

국제기자연맹은 장진영 작가와 연대하는 성명에서 “분쟁지역 취재에 대해 허가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장 작가와 변호인은 이제 여권법 제17조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을 청구한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장진영이 묻는 것은 자신의 처벌이 아니다. 분쟁지역 취재를 정부가 판단하고 금지하고 허가하는 여권법의 헌법적 정당성이다.

김동찬 |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