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환경부 중심 물 관리 일원화 결정은, 앞으로 보전과 복원에 중점을 두고 하천 관리를 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바탕에는 하천을 더 이상 개발 자원이 아닌 보전해야 할 생태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현행 물 관리 체계에선 수질 관리는 환경부가 전담하고, 수자원 확보와 홍수 예방 등의 수량 관리는 규모와 시설에 따라서 관리 주체가 나뉘어 있다. 큰 하천인 국가·지방하천과 댐은 국토교통부가, 소하천은 국민안전처가, 농업용 저수지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각각 나눠 관리하는 형태다. 먹는물 관리도 광역상수도는 국토부, 지방·간이상수도는 환경부로 이원화돼 있다. 하수도는 환경부가 맡고 있지만, 지하수 관리는 국토부 소관 업무다. 크게 보면 국토부의 수량 관리와 환경부의 수질 관리로 나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막대한 예산으로 토목사업을 펼치는 국토부의 수량 관리가 중심이 돼왔다.
수량과 수질로 이원화된 물 관리는 여러 가지 비효율을 발생시켜 왔다. 공급 확대 중심의 광역상수도 설치에 따른 지방상수도와의 중복·과잉 투자, 국토부의 홍수예방사업과 환경부의 생태복원사업이 각기 진행된 데 따른 중복 투자 등은 과거 국정감사 때 단골 지적사항이었다. 심지어 하천 유량도 국토부는 홍수통제를 위해 측정하고, 환경부는 수질오염총량제 시행을 위해 별도로 측정해온 실정이다.
이런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물 관리 일원화는 노무현 정부 이후 새 정부 출범 초기 때마다 검토돼 왔다. 2006년 참여정부는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물 관리를 일원화하는 물관리기본법 제정을 시도하다 포기한 바 있고, 이명박 정부 초기와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논의가 있었으나 실행되지 못했다.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이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환경부와 국토부 가운데 어느 쪽이 중심이 되느냐는 문제를 놓고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발표한 환경부 중심의 물 관리 일원화 조처는 지금까지의 물 관리 비효율 제거와 함께 4대강 수질 개선과 보 철거까지 포함한 4대강 복원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4대강에서 반복되는 녹조사태가 잘 보여준 것처럼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오염물질의 유입을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하천을 흐르는 물의 양과 유속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4대강 보와 댐 관리권을 쥐고 있는 국토부와 환경부의 물 관리 목표가 서로 다르다 보니 유기적 협조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물 관리 일원화 정부 조직 개편으로 환경부가 댐과 보의 관리권을 갖게 됨으로써 수질에 맞춰 수량 관리가 가능해지게 됐다.
환경부는 국토교통부의 수자원정책국을 흡수하고 한국수자원공사까지 거느려 보 개방과 복원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조직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특히 상수도에 대한 과잉투자 해소로 농어촌지역 물 복지를 향상시킬 여력을 확보하고, 부처 간 업무영역 다툼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빗물과 하수 재이용 활성화 등도 가능하게 됐다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물 관리 일원화를 계기로 환경부가 보전이나 규제자 역할보다 물산업 등 사업을 확장하는 쪽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동일 충남대 교수(환경공학)는 “통합 물 관리의 방향성 자체는 맞지만 규제 부처와 개발 부처가 한 몸에 있을 경우, 제대로 된 실행·관리가 이뤄지는지 감시·규제하는 기능은 약화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환경단체에서도 “수량과 수질의 통합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경우 더욱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물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환영하면서도 환경부가 이번 통합을 계기로 오히려 개발부처로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수량과 수질 관리가 환경부로 통합됐다고 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통합을 계기로 물 관리 정책이 공급과 관료 중심이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는 하천 유역 중심의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허승 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