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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하원동의 한 지하수 관정. 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하원동의 한 지하수 관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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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발생한 열기가 땅 속 대수층(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에도 흡수돼 이번 세기말까지 지하수의 온도를 2~3도 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칼스루에 공대 연구진을 중심으로 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리아 연구자들은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 지구과학’에 이런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로 인해 전세계에서 최소 7000여만명에서 최대 5억여명의 사람들이 지하수를 식수로 쓰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화 이후 대기 중에 증가한 온실가스가 지구에 잡아둔 열 대부분은 바다에 흡수되고, 일부가 지구 평균기온을 1.5도 가까이 끌어올리는데 사용됐다는 사실은 그간 연구를 통해 잘 알려졌다. 연구진은 바다와 강, 호수 등 지표수의 온난화는 전 지구 차원의 연구 대상이 된 반면, 지하수 수온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전 지구 차원의 평가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 이 연구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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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지표 아래 100m까지 모의하는 열확산 모델과 기후변화정부협의체(IPCC)의 탄소배출 경로(SSP) 시나리오를 활용해, 지구 대수층 상부 지하수면의 수온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00~2100년 사이 지하수 수온 중간값은 중간 수준 탄소배출 시나리오(SSP 2~4.5)에서는 2.1도 올라가고, 인류가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하는 것을 전제로 한 고탄소 배출경로(SSP 5~8.5) 시나리오에서는 3.5도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모의 결과를 지표면 인구 분포에 적용했다. 그 결과, 지하수 수온이 너무 높아 식수로 쓰는 것이 위험한 지역에 거주하는 세계 인구(현재 2900만여명)는 중간 수준 배출경로 시나리오에서는 7700만~1억88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고탄소 배출경로 시나리오에서는 최대 5억8800만명으로 훨씬 더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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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지하수 온난화는 지열 난방에는 이롭지만 수질에는 위협이 된다”며 “지하수를 식수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지하수 온난화와 관련된 물 화학과 미생물의 변화를 주의깊에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하수 수온이 올라가면 물 속 미생물이 증식하기 쉽고, 땅 속에 있는 유해물질이 물 속에 더 잘 녹아들기 때문이다.

연구 논문의 교신저자인 수잔 벤츠 박사(칼스루에 공대 사진측량·원격탐사 연구소)는 “지하수 온도가 상승하면 비소나 망간과 같은 유해 물질의 농도가 올라가 식수로 사용할 때 인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지하수에 의존하는 생태계와 하천의 열 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의 연구 결과는 지하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기후 변화가 지하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