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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을 5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열기로 했다. 상봉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잠시 주춤했던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문제가 상봉 성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봉 날짜가 쟁점 될 듯 3일 오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 접촉을 2월5일이나 6일 중 남측이 편리한 날짜에,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상봉 행사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27일 “실무접촉을 1월29일, 상봉 행사는 2월17~22일에 하자”고 제안한 지 8일 만이다. 북한의 제안에 대해 정부는 “우리 측의 제의를 수용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북측에 5일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할 것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북한도 이를 “오전 10시에 열자”며 바로 수용했다.

5일 실무접촉에서는 상봉 날짜와 인원, 숙소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봉 날짜다. 앞서 지난달 말 남한이 제시한 17~22일은 시일이 촉박해 어려울 수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북쪽과 협의해야 하겠지만, 이산가족 상봉의 시급성을 감안해 되도록 빨리 할 것이다. 현장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숙소 등 현지 사정 때문에 17~22일에 하지 못할 경우엔 문제가 복잡해진다. 24일부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이 잇따라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상봉 날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17~22일이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키 리졸브가 끝난 뒤 3월께 열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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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남북이 갈등을 빚었던 숙소 문제도 풀어야 한다. 당시 남한은 여러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금강산호텔을 요구한 반면, 북한은 수년 동안 방치돼 있던 선박 호텔인 해금강호텔을 제안했다. 상봉 인원은 지난해 9월 선정된 가족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에 이미 100가족 가운데 6가족이 사망 등을 이유로 상봉을 포기해 94가족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동안 5개월이 지났으므로 상봉 가족의 수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상봉 행사 성사될까? 이번 실무접촉의 성사는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진정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지난번 우리 군이 서해에서 사격훈련을 한 일 때문에 북한이 실무접촉 제안에 바로 답을 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일 남한 군에 서해 사격훈련을 중지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군은 이 훈련을 강행했고, 북한은 우리 정부의 실무접촉 제안에 대한 답변을 미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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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한이 실무접촉 제안에 응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제안한 상봉 날짜인 2월17~22일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남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최근 상황을 보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군부는 브레이크를 거는 것 같다. 군부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계속 문제 삼으면 상봉이 다시 무산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현학봉 영국 주재 북한대사는 2일(현지시각)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위험한 상황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수 없다”고 단언했다. 북한이 한쪽으로는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면서, 다른 쪽에선 이 문제를 지렛대로 한-미 연합 훈련의 연기나 취소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외국 대사들이 평양의 뜻을 속속들이 안다고 볼 수는 없다.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현 대사 발언의 의미를 낮게 평가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