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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난 영혼을 팔지 않았다”는 말이 그의 사퇴 이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조광희 안철수캠프 비서실장은 안 전 후보가 대통령 후보를 사퇴한 이튿날인 24일 트위터(@ihavenoid)에 안 후보가 사퇴 발표 기자회견장으로 가기 직전에 참모들에게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단일화 협상이 양보 없는 교착상태로 치달으면서 자신이 내건 원칙과 충돌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며, 결국 자신과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상대에게 양보하는 선택을 했음을 표현한 말이다. 안 전 후보는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으며, 23일 밤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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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없는 안철수 전 후보에게 영혼은 인간 존엄의 최고가치로 이해된다. 안 전 후보는 지난해 보유 주식 절반을 사회환원하면서 띄운 편지에서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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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후보의 ‘영혼을 팔지 않았다’는 발언은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 초기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는 11월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단독회동을 갖고 ‘후보등록 마감 전 단일화’ 등 단일화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협상 초기인 8일 문재인 후보가 ‘새로운 정치 공동선언문’ 작성 실무팀의 협상과 관련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말해, 구체적 협상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대원칙에 공감하면서도 세부적 논의에서 조정하기 힘든 갈등이 생겨나 협상이 좌초하는 국면을 이르는 서양 속담이다.

안철수 전 후보의 “영혼을 팔지 않았다”는 발언과 문재인 후보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발언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고 그 대가로 젊음과 쾌락, 아름다움을 누린다는 줄거리의 문학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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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후보는 종교를 믿지 않으면서도 ‘영혼’을 드물지 않게 언급해왔다. 그가 2005년 펴낸 책 제목은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였다. 대선후보 안철수는 일단 물러났지만, 약속과 영혼의 가치를 현실정치 속으로 끌어들인 새 정치인의 무대를 예고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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