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절반 이상이 더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절반 이하로 떨어져 2014년 조사 도입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일·북한 문제를 다루는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20일 공개한 ‘통일의식조사 2025’를 보면, 지난 7월10일부터 8월13일까지 전국 만 18살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통일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51%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조사를 시작한 2014년 30.7%를 기록한 뒤 등락을 거듭했지만 ‘필요하지 않다’는 답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49.0%로 과반 아래로 떨어졌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앞선 것은 처음이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의 영향과 남북관계 단절의 지속, 그리고 국내 정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라며 “이러한 결과는 통일에 대한 인식이 단기적 변동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세대에서 통일 필요성 인식이 하락한 현상이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또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응답도 63.2%로, 조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연구원은 남북 대화·교류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에서 군사적 긴장이 누적되면서 국민이 전쟁 발발 가능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인식하게 된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또 평화적 공존에 대한 선호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념층에서 강화되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이한 점은 평화적 공존뿐만 아니라 현재와 같은 '적대적 공존'에 대해서도 선호도가 다소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통일보다 지금처럼 분단 상태로 지내는 것이 낫다'는 의견에 동의한 응답자는 47%로, 지난 2022년 35.2%를 기록한 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현재와 같은 분단 상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25.3%)보다 21.7%포인트 높다.

이에 대해 통일연구원은 위협은 일상화되었지만 즉각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 상태도 버틸 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고 짚었다. 또 남북관계 교착 국면이 평화적 공존뿐만 아니라 적대적 공존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구조적 딜레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에 관심이 없다’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68.1%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