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원장인 배우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자 “오해 소지가 있다”며 자리를 피했다.
나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법사위 국감이 시작되기 전 신상발언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 소지가 있고, 이것으로 인한 충돌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의원님들의 자유롭고 공정한 감사를 위해 이석하겠다”고 밝힌 뒤 자리를 떴다. 이날 국회 법사위가 춘천지방법원 등 17개 법원에 대해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데 따른 조처다.
나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사법연수원 21기)는 피감기관장인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이날 법사위에 직접 출석했다. 김 법원장은 나 의원이 신상발언을 할 때는 회의장 밖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국감이 시작된 뒤에 입장했다. 김 법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다 올해 2월 춘천지방법원장에 임명됐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은 현직 법원장 남편을 둔 나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활동하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법사위 활동과 간사 선임에 반대해 왔다. 배우자를 상대로 공정한 감사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취지였다.
법사위 소속인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현재 재판을 받는 자신의 배우자인 춘천지방법원장의 국정감사 기관 증인 출석에도 법사위 국감에 참석하는 나 의원이야말로 명백한 이해충돌”이라며 “이해충돌성 위원의 간사 선임을 원천 차단하는 ‘나경원 방지법’을 즉각 발의하겠다”고 공세를 폈다.
나 의원은 이해충돌 논란을 의식한 듯 춘천지방법원에 대해선 질의하지 않고, 본인 질의 때만 국감장에 복귀하겠다고 했다. 다만 자신의 법사위 활동은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배우자가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익 추구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