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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당대표직 연임을 위한 8·18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강조해, 연임의 지향점이 차기 대선임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8113자(공백 포함)의 출마 선언문에서 민생 문제, 안보 위기, 기후위기,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의식과 그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데 무게를 뒀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려고 지난달 24일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16일 만인 이날, 이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문을 방불케 하는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문을 내놨다. 출마 선언문엔 이재명표 정책으로 불리는 ‘기본사회’ 비전, 2035년까지 주4일제 추진, 재생에너지 생산·공급·판매 시스템인 ‘에너지 고속도로’ 등 민생·경제 해법이 빼곡하게 담겼다. 이 전 대표는 이를 발표하면서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제1정당, 수권정당인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출마 선언문은 지난 대선·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인정하며 “이기는 민주당”을 강조했던 2022년 7월 전당대회 출마 선언문과 완전히 달랐을뿐더러,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직접적인 비판도 담기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쪽 관계자는 “서 있는 위치의 차이가 있잖나. 2022년 전당대회 땐 2024년 총선 승리라는 당면 목표를 제시했다면, 이번엔 총선 승리 이후 국민의 요구를 어떻게 수행해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정부·여당 비판이 배제된 건 이런 메시지가 희석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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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문에서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이라고 하는 등 ‘성장’을 14차례 언급했다. 이 전 대표 쪽은 “보수의 전통적 어젠다인 ‘성장’도 민주당이 책임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분명히 하고, 민주당이 ‘반대만 하는 야당’이 아니라, 외연을 넓혀 보수와 중도도 수긍하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의지라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 뜻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세제 개편 관련 발언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방침과 결이 다른데다, 외연 확장을 명분으로 ‘부자 감세’ 비판 기조를 흔드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는 어렵지 않게 연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후 당대표와 차기 대선주자라는 두가지 역할을 조화롭게 수행하는 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례로 민주당이 현직 검사 4명의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그간 검찰 행태의 문제에서 비롯된 개혁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당대표로선 강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사안이지만 대선주자로선 기존 지지층 결집 강화 말고는 별 소득이 없다. 민주당 한 다선 의원은 “대정부·대여 투쟁의 선봉에 서야 할 당대표의 역할과, 향후 집권세력으로서 유능함을 강조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대선주자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현안에 대응하다 보면 후자를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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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이 전 대표 주변에선, 그와 지도부로 손발을 맞출 최고위원들이 ‘투사형’으로만 채워져선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최고위원 경선에 출사표를 낸 원내·원외 후보는 모두 13명으로, 대부분 친이재명계다. 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 전 대표의 한계를 보완해줄, ‘확장성’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이 전 대표와 경쟁하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큰 비전을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비전이 없어서 정권을 못 맡은 게 아니다”라며 “무신불립, 신뢰 없이 뭘 이룰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