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국방송(KBS)과 가진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친 뒤 박장범 한국방송 앵커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빈티지 야구 물품 액자를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국방송(KBS)과 가진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친 뒤 박장범 한국방송 앵커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빈티지 야구 물품 액자를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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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으로 중계된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방송(KBS) 특별대담은 민감한 현안을 두고 국민과 소통한다기보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자리에 그쳤다.

대담에 앞서 윤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영상을 배치하고 대담에선 윤 대통령이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사전 조율은 없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에도, 촘촘히 기획된 국정 홍보영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한국방송이 밤 10시부터 방송한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 대통령은 대담에 앞서 박장범 앵커와 대통령실 구석구석을 돌며 안내했다. 대통령실 입구부터 직접 박 앵커를 맞은 윤 대통령은 집무실까지 곳곳을 돌아보며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 고 윤기중 교수와의 추억이 얽힌 유품이나, 외국 정상들에게 받은 선물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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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윤 대통령의 어린시절 사진과 김건희 여사, 반려견 사진 등을 차례로 비추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려는 편집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한국방송 쪽은 지난해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 대통령이 만찬에서 돈 매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는 장면도 다소 길게 편집해 넣었다.

대통령실 곳곳을 돌아보면서 박 앵커가 “외국 정상들이 오면 대통령실 규모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하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인구나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도 정상의 집무실이나 청사는 우리보다 규모도 크고 화려한 것 같다”고 답했다. 임기 초 대통령실 이전을 두고 큰 비판을 받은 윤 대통령으로선 은근히 현 대통령실의 ‘소박함’을 드러낼 기회를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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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이어간 대담에선 ‘송곳 질문’은 많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나 ‘당무 개입 논란’ 등이 질문 소재로 오르긴 했지만 윤 대통령의 미진한 답변에도 날카로운 후속질문은 없었다. 불과 70여일 전 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2030 엑스포’ 유치 참패에 대한 질문이나, 지난해 13차례나 이어진 잦은 순방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반면, 김 여사가 주도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식용 금지법에 대한 질문은 두 차례나 등장했다.

이런 일방적인 홍보성 대담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새해 기자회견을 건너뛴 윤 대통령이 녹화 대담 형식을 택했을 때 예견된 일로 보인다. 대담이 방송 사흘 전인 지난 4일 대통령실에서 녹화된 탓에 사전 질문 조율과 편집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한국방송으로부터 사전 질문지를 요구하지 않았고, 대담 녹화 현장에서의 문답도 즉석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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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중 대담 형식의 방송에서 국정 현안을 설명한 적이 있지만 통상 생중계를 택했다. 2022년 4월 문 전 대통령이 제이티비시(JTBC)와 녹화 방식의 대담을 진행한 적이 있으나, 임기 종료를 앞두고 5년의 소회를 정리한 차원이어서 여러 논란을 마주한 임기 중반의 윤 대통령과는 차이가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엔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로 기자회견을 갈음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진실한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고 논평했다. 김효은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은 “대통령 가족의 해명을 위해 공영방송이 홍보대행사가 된 비극을 보았다”고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