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취임 1년을 맞은 북한의 최근 도발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이나 남쪽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정권교체기에 향후 협상 국면을 겨냥한 입지 선점 차원에서 도발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 도발은 기간이나 강도, 호전성 등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의 호전적인 언행은 지난해 12월 로켓 발사 이후 벌써 석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들고나올 수 있는 위협수단은 거의 모두 동원했다. ‘서울 불바다’ ‘제2의 조선전쟁’ ‘핵 선제타격’ 등 말폭탄뿐 아니라 3차 핵실험, 정전협정 폐기,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실질 조처도 내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동안 남북 갈등 속에서도 건재했던 개성공단 임시 중단까지 들고나왔다.
최근 북한의 이례적인 강공책은 김정은 제1비서의 등장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로 집권 1년을 맞은 김정은 제1비서의 불안정성과 20대 후반의 젊은 혈기 등 북한 내부사정이 대외 대결구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의 보도를 보면 김 제1비서가 이번 대치국면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달 15일 김 제1비서가 “미친 광증에 걸린 적들의 허리를 부러뜨리고 명줄을 완전히 끊어놓으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이 어느 때보다 강력한 핵보유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을 공식 채택하고 핵보유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란 법령을 제정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할 것”이라는 과업을 제시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북한이 미국 등 외부세계로부터 안보와 경제 지원을 받고 그 대가로 핵을 포기하는 ‘비핵화 회담’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북한 외무성은 올해 1월 담화에서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대신 북한 외무성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만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핵화 회담은 평화협정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평화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미국의 기본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절충의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핵무장도 하고 경제지원도 받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해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의 최근 도발도 결국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주권국가로 인정해달라”는 게 목적인 만큼, 미국의 최대 우려 사항을 둘러싼 타협과 양보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최근 핵과 관련한 북한의 태도가 훨씬 강경해지고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은 협상 전에 도발을 통해 ‘판돈’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 협상의 대가가 이전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직접 만나 북한의 실제 요구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4·3 기록이 운명…남매가 학살 현장 다랑쉬굴에 바친 책들 [.txt]](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403/53_17751749810797_20260402503980.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