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공동사설에서 ‘남북 대결 해소’를 촉구한 지 나흘 만인 5일 남북 당국간 무조건적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북한은 이날 밤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연합성명)을 통해 “우리는 남조선당국을 포함하여 정당, 단체들과의 폭넓은 대화와 협상을 가질 것을 정중히 제의한다”며 “특히 실권과 책임을 가진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쪽은 이 연합성명에서 “대화와 협상만이 현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출로”라며 “우리는 대화와 협상, 접촉에서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단합, 협력사업을 포함해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을 협의·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쪽은 “비방중상과 자극적인 행동은 북남관계를 해치는 불씨이며 군사적 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도화선”이라며 “우리는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서로의 비방중상을 중지하며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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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이런 대화 제의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쪽의 통일전선전술 차원의 연례적 조처”라며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의 대응 방침을 확정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여지를 뒀다.

북쪽은 매년 1월 새해 공동사설 발표 뒤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열어 남쪽 정부와 정당, 사회단체 등을 상대로 대화 제의 등을 해왔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이를 중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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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이 연합성명은 지난 1일 새해 공동사설에서 ‘남북의 대결 해소와 대화·협력사업 적극 추진’을 제기한 직후이자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서울을 거쳐 베이징에 간 5일 오후 나온 것으로, 우선 연평도 포격 사태 등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화로 풀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북쪽의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을 협의·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언급은, 남쪽 당국이 제기해온 ‘남북대화에서 핵문제 논의’ 방침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쪽이 이렇게 연초부터 거듭 대화 메시지를 밝히고 나선 것은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태도를 의식한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 및 북-미 양자접촉 환경 조성용 ‘명분 축적’인 셈이다. 북쪽으로선 남쪽의 거부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크게 손해볼 게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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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은 이 연합성명에서 “우리는 최악의 상태에 이른 북남관계를 풀기 위해 당국이든 민간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보이든 보수이든 남조선당국을 포함한 정당, 단체들과 적극 대화하고 협상할 것”이라며 “우리와 손잡고 나가려는 사람이라면 과거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쪽은 특히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립장은 시종일관하다”고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