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한 부고와 홀가분한 자유가 부럽습니다, 스님. 부디 극락왕생하시옵고, 평화의 천국 잔치에서 뵙게 되리라 저는 기대합니다. 꼭 그렇게 믿고 있겠습니다. 병상에 계심을 알았으나 멀찍이 기도하는 것으로 동행하였습니다.
스님을 처음 뵌 건 류시화 시인과 동행한 어느 겨울날, 개원 초기 길상사에서 맛있는 공양까지 얻어먹었을 때였습니다. 스님이 <오두막 편지>를 내셨을 때, 같은 출판사에서 저도 첫 수필집을 냈고, 신문에 책 두권이 나란히 광고로 실린 일이 있었습니다. 초짜였던 저는 그걸 지금도 영광스러운 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땅끝 강진 오실 때, 강진의 백련지 금당 연못에 오실 때 순결하고 순수한 백련 한송이 따다가 뵙고는 하였습니다. 벽촌에서 ‘남녘교회’라는 조그만 암자 같은 교회를 섬기고 살 때였는데 ‘불일암’과 많이 닮았노라며 덕담으로 격려해주심이 고마웠습니다. 스님을 뒤따라, 그리고 정채봉 선생님의 사랑을 받아 샘터지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할 때, 스님이 안겨주신 엽서를 지금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외롭고 힘든 시절이었는데, 큰 위로와 힘이 되었더랬습니다.
쩌렁쩌렁한 말씀과 너그러운 미소부터 떠오르는 스님, 깔깔 스님이라 제가 불러드리고 싶은 것은 깔깔한 성미와 딴판인 깔깔 웃게 만드시는 유머가 스님에게 풍부하셨기 때문이랍니다.
이제, 스님의 오롯함과 다정다감이 저마다들 사무치겠네요. “오! 그대 충실한 종복이여. 어디서 나를 찾고 있는가? 나는 신전에도, 사원에도 없고, 카바 신전에도 카일라스 신전에도 없다. 의식과 제례에도 없으며 요가수행이나 출가에도 없다. 보라! 나는 바로 지금 그대 곁에 있다. 진정한 구도자라면 그대는 나를 볼 것이다.”
여기 인도의 시인 카비르의 노래는 마치 스님의 일거수일투족 같습니다. 마지막 버리고 떠나시면서 스님은 바로 지금 여기 계십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 같은 스님의 ‘말씀과 글들’이 우리 가슴 과녁에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이러한 화살은 빼내지 않고 가르침으로 삼아 뒤따르며 육신을 버리는 날까지 가져가려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작은 소유가 되었으면 하고 양해의 기도를 바치렵니다.
무소유 스님. 스님의 유지인 4대강 막개발 반대, 이웃 종교에 대한 관용과 화해, 스스로에게 투철한 제자도(道)는 앞으로도 그 뜻이 훼손되는 일이 전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스님이 평소 좋아하셨던 성경 구절 하나를 영전에 두손 모아 바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복음 5장 3절)
임의진 시인·목사
진정 행복한 생불이셨습니다
스님, 삼가명복을 빕니다.
세속에 인연이 없어
사문의 기회는 얻지 못하였으나
청정하고 고명한 가르침은
지면으로 접하곤 하였습니다.
스님께서 수행 시 함께한
목비의 본 모습, 그 울림이
평생을 한길로 걸으셨던
무소유 그 자체가 아닐는지요?
“가진 것이 있으면
모든 것이 부족하고
가진 것이 없으면
모든 것을 얻는다”
귀에는 뇌성으로
가슴에는 경종으로 울립니다.
대나무는 비었기에
그 공명으로 퉁소가 되고
고수가 치는 채편 북편도
속이 비었기에 소리가 나며
범종의 웅장한 그 울림도
공간의 진동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들 중생의 삶속에서
소유나, 무소유나 양면성 앞에
전자를 갈구하고 집착하면서
일상의 전부를 걸고 있음은
당연한 행위로 알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를 얻으면 기뻐하고
둘을 얻으면 더욱 기뻐하면서…
진정 마음을 비웠을 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그 명징한 진리를
미처 우린 알지 못하였습니다.
애써, 수행자도 도덕군자도
안빈낙도의 거사도 아니라고
자신의 존재에 보호막을 쳐
치열한 생존의 공간 속으로
스스로를 가두고 가두었습니다.
경쟁이란 이름아래 얻어진
그 허울 좋은 전리품(?)들을
나만의 능력으로 공적으로
과대망상하지 않았는지
겸허한 마음으로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후회합니다
작은 베품으로 위안을 삼고
당연한 양보에도 생색을 내며
할일을 다하고 큰일을 했는 야
스스로 자만하고 만족해했던
그 오만의 부끄러움을
이제야 얼굴 붉혀 뉘우칩니다.
스님께서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 또 걸어가신 길
마지막 무소유마저 버리셨기에
그 누구보다 많은 것을 향유하신
진정 행복한 생불이셨습니다.
부디 해탈하시어
극락정토서 왕생하십시오.
삼가 영전에 분향합니다.
박일랑/강원 춘천시 꿈나무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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