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협의’가 16일 시작됐다. 우리의 대북 접근이 힘을 받으려면 미국과 탄탄한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만들어졌던 ‘한-미 워킹그룹’의 실패를 돌아볼 때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현재의 엄혹한 정세를 살펴볼 때 내년 4월로 예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에 맞춰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남북은 이후 끝이 안 보이는 ‘적대적 대립’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절박한 마음으로 대처해, 이 협의가 우리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대북정책에 족쇄를 채우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는 이날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예고됐던 후속협의를 개최했다며 “양국은 향후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후속협의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혀온 통일부는 “대북정책 관련 사안에선 필요시 별도로 미국 쪽과 협의할 예정”이라면서 불참했고, 임동원·정세현·김연철 등 6명의 전직 통일부 장관도 15일 성명을 내어 이 협의는 “남북 관계를 개선시키기보다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들은 “통일부가 중심이 돼 남북 관계 재개 방안을 마련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고 제안한 상태다.
이제 막 시작된 후속협의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것은 지난 워킹그룹의 ‘악몽’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우리의 독자적 대북 접근을 통해 이 난국을 돌파하려 했다. 그러자 당시 1기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의 정책 조율이 중요하다며 그해 11월 워킹그룹을 만들어 이를 철저히 막았다. 이번에도 후속협의라는 틀을 통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이 주장하는 내년 봄 한-미 연합연습 ‘조정론’을 봉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은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내세운 뒤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나아가 내년 상반기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선 우리를 타국이자 적으로 규정하는 결정적 조처를 취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과의 공조를 우선할지, 남은 시간 동안 뭐라도 시도해볼지 이제 곧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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