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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석방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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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체포됐던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이틀 뒤인 지난 4일 법원의 체포적부심 인용 결정으로 풀려났다. 이 전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마치 무죄를 선고받거나 모든 의혹이 해소된 양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그러나 법원의 체포영장 기각이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

서울남부지법의 이 전 위원장 체포적부심 인용 결정문을 보면, 법원은 ‘수사 필요성’과 ‘공소시효 임박’ 등을 인정했다. 다만 조사가 상당 부분 이뤄졌고, 심문 과정에서 이 전 위원장이 성실히 출석하겠다는 약속을 했기에 이를 고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 위원장은 석방 다음날 페이스북에 경찰의 체포를 “계획적이고 조직적”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실에서 답하라”고 하는 등 최대한 부풀리려 애썼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과 맞서는 ‘보수 전사’로 자리매김하려는 정치적 행동으로 보인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유튜브 등을 통해 “좌파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을 계속 발언해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왔다. 지난달 27일 소환 조사 불응에 이 전 위원장은 ‘국회 출석’을 이유로 댔다. 그러나 법원은 ‘국회 출석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국회 사무처 요청이 있었다 하나, 경찰 출석을 우선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전 위원장이 출석한 9월27일은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안’ 표결이 있는 날이었다. 본회의 표결에 해당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는 출석 전에 “나를 숙청하기 위한 법, 내 사형장에 들어가 그 현장을 직접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날 그가 국회에서 한 일은 자리에 앉아 언론사 카메라와 사진에 찍히는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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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위원장은 공소시효(6개월)가 임박했다는 경찰에 ‘공소시효는 10년’이라고 주장했다. 일반 선거운동 위반 혐의는 6개월이지만,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직위를 이용해’ 위반할 경우에는 10년이다. 체포 시급성이 없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겠으나, ‘직위를 이용했음’을 실토라도 하는 것인가. 또 공소시효 판단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하는 것이지, 피의자가 제멋대로 하는 게 아니다.

경찰이 이 전 위원장을 굳이 체포까지 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이 전 위원장의 수사 불응이 출발점이다. 이젠 약속대로 수사에 제대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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