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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가 연설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지난 4일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가 연설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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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새 총재가 오는 17일로 예정된 야스쿠니신사의 가을 제사(가을 예대제) 때 참배를 건너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스러운 결정이지만 가혹한 ‘트럼프 관세’, 미-중 전략 경쟁 심화, 북한의 핵 보유 등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기반을 흔드는 여러 ‘난제’ 해결을 위해 한·일이 공동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새로 등장한 일본의 극우 정권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시기에 한·일이 역사와 영토 문제 등을 놓고 다시 끝 모를 갈등을 빚어도 좋다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다카이치 총재가 자신의 극우적 신념에 집착하는 언동을 삼가고, 책임감 있고 현실주의적인 정책을 펴주기를 촉구한다.

일본 언론들은 9일 다카이치 새 총재가 17~19일 야스쿠니신사의 가을 제사 때 참배를 미루는 쪽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해 총재 선거 때는 “꼭 평소처럼 담담히 참배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선 “적시에 적절하게 판단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생할지 모르는 미국과의 마찰,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견제, 한국·중국 등의 반발을 두루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1993년 정계 진출 이후 다카이치 총재가 지난 30여년간 보여온 말과 행동을 놓고 볼 때 자신의 ‘극우 색채’를 끝까지 억누를 것이라 기대하긴 힘들다. 그는 2022년 2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하는 주변국을 겨냥해 “중도에 참배를 멈추거나 이도 저도 아닌 일을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 면도 있다”고 말했고, 지난 침략 전쟁에 대해서도 “자존자위를 위한 것”이어서 “반성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굽힌 적이 없다. 독도에 대해선 2006년 일본이 직접 섬에 시설을 건설하거나 현지조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지금도 매년 2월 열리는 ‘다케시마의 날’에 정무관(차관보)이 아닌 각료(장관)가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가 된 뒤에도 이런 태도를 유지한다면, 한-일 협력을 심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까지 강조했던 ‘투 트랙’ 접근법은 그대로 유지하되, 일본에 대해 품고 있던 기대를 상당 부분 유보하는 편이 낫다. 지금은 상대가 어떤 접근을 해올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