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간 관세협상의 최종 타결이 지연되면서 외환시장에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6일 넉달 만에 1410원대로 치솟았다. 3500억달러(약 486조원)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안에 지분투자 방식으로 제공해달라는 미국의 요구가 한국 외환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예상이 있어왔는데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과도한 요구나 발언을 당장 멈춰야 한다.
외환시장 불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에서 3500억달러에 대해 “이것은 선불”이라고 말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관세협상이)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로 다음날 나온 것이어서 더욱 당혹스럽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투자 구조의 재검토를 요구했는데도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과를 한껏 과시하는 트럼프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이것이 최종 입장은 아닐 걸로 여겨지지만 외환시장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미국의 요구는 우리 경제 규모와 외환시장 여건상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28년 전 외환위기 악몽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도 납득하기 힘들다며 분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무리 자국 경제의 재건이 급하다고 여기더라도 동맹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준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동맹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며, 미국에도 결코 이로운 선택이 아니다. 미국의 최대 제조업 투자국이자 8대 무역상대국인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면 미국 경제도 악영향을 받는다.
우리로선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대미 안보·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처지에선 협상을 중단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나라 경제를 위태롭게 할 게 뻔히 보이는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미국을 집요하게 설득하는 한편으로,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한 플랜 비(B)도 준비해야 한다. 트럼프의 강압적인 관세정책은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부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악화시킬 개연성이 매우 높다. 1~2년 정도 지나면 미국 내에서도 재검토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관세 피해를 보는 기업들을 정부가 지원하며 최대한 버텨야 한다. 그게 나라 경제가 망가지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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