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연금개혁안을 두고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여당은 타협 여지가 큰 모수개혁부터 하자는 공감대를 이룬 뒤에도 정략적 계산으로 시간만 끌고 있다. 더 이상 미룰 생각 말고,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연금개혁의 첫발을 떼야 한다.
24일 정부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비공개 실무협의를 열어 연금개혁과 관련한 협상을 이어갔다. 여야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것에는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국민의힘은 42~43%, 민주당은 44~45%를 주장하며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교착 상태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 여야는 이미 지난해 5월 소득대체율 1~2%포인트까지 접점을 찾았다가 끝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바 있다. 일단 합의 가능한 것부터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인데, 여태껏 공전만 거듭한다. 우리는 1998년 이후 국민연금 보험료를 한차례도 못 올렸다. 연금개혁이 늦춰질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렇게 된 데는 여당의 책임이 크다. 그동안에도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해서 시간만 허비했는데, 이번엔 그중에서도 가장 신중히 검토해야 할 ‘자동조정장치 도입’안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제안했다. 하지만 자동조정장치는 인구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것이어서 연금 소득의 불안정성을 높이게 된다. 연금 성숙도가 떨어지는 우리나라 실정에선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 와서야 모수개혁을 먼저 할 수 있다고 해놓고, 다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려는 건가.
민주당의 애매한 협상 태도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정협의회에서 ‘소득대체율 44% 수용’을 전제로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긍정적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면서 자동조정장치를 검토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이어 민주당은 24일 언론 공지를 통해 논의가 있었지만 결론에 이른 건 없고 “백지상태에서 논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민사회 반발이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이런 태도가 협상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연금개혁은 전 국민의 노후 소득과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이다. 여야 모두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둔 정략적 접근에만 갇혀선 곤란하다. 연금개혁을 또 다음 정권으로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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