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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5월14일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조사를 받고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5월14일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조사를 받고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이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현장 지휘관들의 진술과 통화 내용, 수색 당시 상황 등 거의 모든 정황들은 임 전 사단장의 과실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1년 가까이 수사를 끌어오다 임 전 사단장만 쏙 뺀 채 현장 지휘관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한 당사자들의 주문대로 나온 결론이다. 이런 수사 결과를 국민보고 믿으라는 건가.

경북경찰청이 8일 밝힌 임 전 사단장 불송치 결정 이유는 궤변에 가깝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사고가 발생한 예천 수해 현장을 찾아 수색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등 현장 지휘관 역할을 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현장 지도는 ‘월권’일 수 있지만, ‘직권남용’은 아니다”라고 했다.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 게 아니라서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또 현장 지휘관들에게 실종자 수색을 독려하면서 “바둑판식 수색”과 “가슴 (높이) 장화” 등을 언급한 것도 반드시 ‘수중 수색’을 의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말들은 군사교범에 나오거나 수색 작전 때 관행적으로 쓰는 말인데 현장 지휘관들이 잘못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현장 지휘관들은 여단장과 대대장 등 결코 ‘짬밥’이 적지 않은 장교들인데, 이들이 한결같이 사단장 지시를 오해했다면 그게 정상적인 군대란 말인가.

경찰 수사의 최대 수혜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임 전 사단장만 콕 집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은 윤 대통령의 수사 외압 행사 의혹 자체가 성립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나’라며 임 전 사단장을 빼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북경찰청이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적법하게 이첩한 수사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에 넘겨줬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경찰 수사 결과로 특검 도입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박 전 수사단장 항명 사건 재판 등에서 공개된 여러 증거로 뒷받침되는 수사 외압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경찰 수사 결과는 ‘혐의를 적시하지 말라’는 국방부 지시가 부당한 외압이었음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해병대 수사단이 이첩한 관련자들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동일하게 입건됐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