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워싱턴의 미 연방의회 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워싱턴의 미 연방의회 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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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상대국을 향한 약탈적 패권이고, 그 약탈적 패권의 동인은 결국 트럼프와 주변의 사익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관계는 상전벽해가 될 것이고, 한국을 위해 어떤 공간이 열릴지 모른다. “인내란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취임한 뒤 온갖 해괴한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걸었던 한가지 기대가 있었다. 영원한 전쟁을 끝내겠다는 그의 약속이고, 미국이 자신들의 이념과 가치를 잣대로 한 군사개입과 간섭을 자제할 것이란 기대이다.

1년이 지나고 보니 그런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올해 들어서만 봐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를 시작으로 유럽과의 그린란드 합병 분란,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뒤 즉각 전세계 국가에 대한 15% 관세 재부과, 그리고 일촉즉발이 된 이란과의 전쟁 대치 등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상대국을 향한 약탈적 패권이고, 그 약탈적 패권의 동인은 결국 트럼프와 주변의 사익이 아니고서는 설명될 수가 없다. ‘포린어페어스’ 3/4월 호에서는 이를 ‘약탈적 패권국’과 ‘도둑정’(클렙토크라시)으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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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약탈적 패권국이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순전히 제로섬 방식으로 구조화하려는 지배적 강대국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그래서, 약탈적 패권국은 양쪽 모두에 더 큰 절대적 이익을 주는 것보다는 상대방보다 자신의 몫을 더 챙기는 것을 선호한다.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전형적이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약탈적 패권은 권력자와 그 주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도둑정’에 기초한다고 바너드대의 알렉산더 쿨리 교수와 조지타운대의 대니얼 넥슨은 지적했다. 그의 모든 대외정책을 따져보면, 그와 주변의 사적 이익이 드러난다. 올해 벌어진 일들만 봐도, 너무도 뻔뻔하고 노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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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작전 전후로 미국은 압수한 원유 5억달러어치의 판매 계약을 민간 회사에 넘겼는데, 그중 하나인 비톨의 고위 트레이더 존 애디슨은 트럼프 선거캠프에 600만달러를 기부한 큰손이다. 그는 백악관 회의에 직접 참석해 이번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린란드 합병은 트럼프의 친구이자 화장품 재벌 에스티 로더의 소유주인 로널드 로더가 제안했다. 트럼프 1기 집권 때 덴마크에 대한 비밀특사로 파견됐던 로더는 그린란드 광천수 회사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는 로더가 포함된 컨소시엄에 최대 리튬 광산의 채굴권을 줬다. 로더의 사위 케빈 워시가 지난 1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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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크라이나 종전 및 이란 핵 등 중동 협상을 책임지는 트럼프의 부동산 업계 동료인 특사 스티브 윗코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중동 각국과 깊게 얽힌 사업 네트워크가 있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의 해외 자산 3천억달러를 해제해서 우주 탐사, 북극 광물 개발, 에너지 개발 등의 미·러 공동 프로젝트에 쓰려는 사업에 연루되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미국과의 무역관세 합의에 따라 일본이 미국에 투자하는 5500억달러 중 첫번째로 250억달러가 투자되는 ‘엔트라1 에너지’는 직원이 5명에 불과한 불투명한 기업이다. 최고경영자 와디 하부시의 부친은 트럼프와 공화당에 200만달러 이상을 기부했고, 자문위원인 토미 힉스 주니어는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이고, 트럼프의 아들과 친구이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때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열강 경쟁” 시대를 선포한 데 이어, 2기 집권 들어서는 서반구 방위 우선을 천명했다. 그래서,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우선시하는 ‘돈로주의’로 명명된 ‘서반구 우선주의’, 열강들의 ‘세력권 분할주의’가 회자된다. 이제 트럼프하의 미국은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책임과 비용을 치러야 하는 패권국이라기보다는 여러 열강 중 최상위 열강의 지위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열강과는 담합해야 하고, 자기 밑에 있는 동맹에 철권을 휘두른다.

미국이 패권국의 지위와 역할을 방기하는 것은 미국 국력의 한계에 따른 것이기는 하나, 트럼프와 그 주변이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휘두르는 약탈적 패권과 도둑정에 적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미국이 한국 등 동맹에 역할 및 기여 확대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 약탈적 패권을 더 휘두를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의 남은 3년이 지나고 나면, 미국과 동맹에 가한 자해로 그 관계는 상전벽해가 될 것이다. 한국에 어떤 공간이 열릴지 모른다. 지금 한국은 트럼프의 미국에 순종할 수도 없지만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인내”도 필요하다.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