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준 |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지난 17일, 미국의 민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가 84살을 일기로 사망했다. 잭슨은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뒤를 이어 흑인 공동체를 이끈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1984년과 1988년 두차례에 걸쳐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 뛰어들어 바람을 일으킨 전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잭슨 같은 거인의 삶을 짧은 글로 요약하기란 불가능하다. 사실 그는 항상 논란을 몰고 다닌 인물이기도 했다. 킹 목사가 암살당하던 순간에 함께 있었던 동지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킹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탓에 동지만큼이나 적도 많았다. 그러나 잭슨에게는 분명히 다른 흑인 지도자들과 구별되는 선구적 면모가 있었다. 그것은 흑인이 겪는 빈곤이나 소외를 늘 흑인 공동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흑백을 아우르는 미국 노동계급 전체의 문제로 해석하고 설명하려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1970년대부터 정부에 완전고용 실현이나 보편적 공공의료보험 도입을 요구하는 캠페인에 앞장섰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연 이른바 ‘레이건 혁명’이 한창이던 1980년대 중반, 잭슨은 바로 이러한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경쟁에 뛰어들어 시대 흐름에 정면으로 맞섰다. 잭슨의 1984년 민주당 예비경선 도전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지 흑인 후보가 처음으로 의미 있는 성과(지지율 21%, 순위는 3위)를 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잭슨은 레이건 정부의 감세 대신 부자 증세를 제시했고, 동성애자 권리 보장을 약속했으며, 국방부 예산 삭감과 선제적 핵군축을 주창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제재와 팔레스타인 독립 지지를 표명했다. 민주당의 다른 유력 후보들이 레이거노믹스를 받아들이며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을 완성해 가던 때에 잭슨은 사회민주주의의 미국식 표현인 ‘뉴딜 자유주의’가 결코 시대착오적이지 않다고 외치는 유일한 정치적 구심 노릇을 했다.
이때의 성과를 바탕으로 ‘무지개연합’이라는 정치조직을 결성해 활동한 잭슨은 1988년 민주당 예비경선에서는 더 강한 돌풍을 일으켰다. 흑인 비중이 높은 남부가 아닌 미시간주 등에서 1위를 차지했고, 전국적으로 마이클 두카키스를 바짝 뒤쫓는 2위를 기록했다. 잭슨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더라도 부통령 후보로 나설 의향이 있었고,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두카키스가 잭슨과 함께할 때만 조지 부시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예비경선 중에 줄곧 잭슨을 견제한 민주당 주류는 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두카키스는 민주당 내 보수파인 로이드 벤슨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고, 선거에서 참패했다.
이후 30년 넘는 세월이 지났다. 잭슨 바람 같은 변수를 어떻게든 잠재우며 질주하던 한 시대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괴물을 불러내며 저무는 중이고, 잭슨의 도전은 버니 샌더스(1988년에 벌링턴 시장으로서 잭슨을 지지했다)의 도전과 조란 맘다니 등의 승리로 부활하고 있다. 빌 클린턴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승자들은 ‘엡스타인 파일’ 속 주인공들임이 결국 드러났고, 그 시대의 이단자가 외치던 피부색을 넘어선 노동계급의 단결은 이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이들의 가장 절실한 과제가 돼 있다. 이 역사적 대비에서 ‘실패하더라도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라는 사뮈엘 베케트의 경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잭슨의 도전은 후세대가 ‘더 나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기 위해 반드시 감행돼야 했던 실패였다.

















![[단독] 장동혁, 미 언론에 “대미관계 큰 문제”…‘이간질’ 기고 파문](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510/53_17783824265863_20260507500977.webp)



















![<font color="#FF4000">[단독] </font>장동혁, 미국 언론에 “대미관계 큰 문제”…‘이간질’ 기고 파문](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510/53_17783824265863_20260507500977.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