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씁쓸한 뉴스를 봤다. 양계장에서 닭 한마리당 최소 면적을 0.05㎡에서 0.075㎡ 50% 늘리는 개정 축산법이 7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부터 시행되는데 아직 준비하지 못한 일부 농가에서 법 시행을 막아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는 내용이다. 뉴스는 기존 양계장을 헐고 짓는 데 수십억원이 들어간다는 농장주 인터뷰와 함께 앞으로 달걀값이 수십퍼센트 오를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데 한가롭게 동물복지까지 챙길 때인가?’라는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지구촌에서 매년 닭 500억마리가 도살되고 1조개가 훌쩍 넘는 달걀이 소비된다. 한 사람이 1년에 닭 7마리와 달걀 160개를 먹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닭은 주요 가축 가운데 동물복지가 가장 미흡한데, 특히 밀집 사육은 닭에게 극심한 심신의 고통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한마리당 최소 면적을 50% 늘리는 조처는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닭의 고통을 덜어주는 최소한의 배려 아닐까.
지난달 학술지 ‘네이처 식품’에는 닭 동물복지를 논한 기고문이 실렸는데 우리와는 수준이 다른 것 같아 역시 씁쓸하면서도 좀 놀라웠다. 미국의 동물복지 정책연구기관인 동물복지 발자국 연구소를 비롯한 몇몇 기관의 연구자들은 가축에 동물복지 발자국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얻은 결과를 식량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복지 발자국 프레임워크란 가축이 일생에서 겪는 각종 고통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육계의 경우 앞서 얘기한 사육 밀도를 비롯해 자연광 여부, 횃대 및 쪼는 대상 존재 여부, 도축 방법 등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기고문에서는 육계 품종을 바꾸어야 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즉 성장이 빠른 품종을 좀 더 느린 품종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육계로 사육되는 닭 대다수는 성장이 매우 빠르고 사료 전환율이 높게 개량된 품종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60g씩 체중이 느는 품종은 도축하는 무게인 2.5㎏에 이르는 기간이 평균 42일에 불과하다. 이를 하루에 45g씩 체중이 느는 품종으로 바꾸면 56일로 14일이 늘어난다. 그런데 도축할 때까지 더 오래 살면 그만큼 고통을 받는 시간도 늘어나는 것 아닐까.
성장이 극단적으로 빠르게 개량된 육계 품종은 몸의 생리 균형이 깨져 관절질환(절름발이), 심혈관계 질환, 피부병, 근육질환 등이 생기기 쉽고 그 결과 사실상 사는 내내 고통에 시달린다. 동물복지 발자국 프레임워크로 평가하면 성장이 빠른 품종을 느린 품종으로 바꾸면 일생 동안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시간이 적어도 15~100시간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대신 비용은 늘어 고기 1㎏당 1달러(약 1400원)가 더 든다.
‘탁상공론이네…’ 이렇게 생각할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유럽의 300여개 식품회사는 내년부터 품종 교체를 비롯해 육계 동물복지를 개선한 프로그램인 ‘더 나은 닭고기 약속’을 실천하기로 서약한 상태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혹시라도 개정 축산법 시행을 몇년 더 유예한다는 발표가 나올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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