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만지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만지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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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훈 |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종교학)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과 종교계 인사들 사이의 오찬 간담회가 있었다. 대통령실은 ‘사회통합의 길, 종교와 함께’라는 주제 아래 “국민 통합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종교계의 가르침을 청해 듣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분열되고 갈등이 격화”되었으므로, “종교의 기본 역할인 용서, 화해, 포용, 개방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스며들 수 있게” 역할을 다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참여한 종교계 인사들도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번 내란 정국을 되돌아보면 종교는 사회통합은커녕 극우 세력화의 거점이자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지구적인 현상이다. 종교는 양보하기 힘든 절대적 신념, 그리고 사회의 다른 집단과 분리된 정체성을 제공한다. 종교가 사회통합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특수한 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하나의 사회에 단 하나의 지배적인 종교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종교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제시하고, 현존하는 제도와 권위에 고도의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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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부분의 현대 국가들에는 복수의 종교가 공존하기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훨씬 복잡하다. 다민족 국가의 경우, 종교는 각 민족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민족적 분리 의식이 강하지 않은 사회에서도 종교인들은 타 집단과 구분되는 신념이나 생활 방식을 가지곤 한다. 이럴 때 사회통합은 전체 사회가 아니라 민족·종교 집단 내부에서 일어난다. 지배적 종교가 충분히 강하고 폭력적일 경우에는 소수 집단에 대한 억압이 종교를 통해 정당화되기도 한다. 억압에 대한 반응은 결집과 저항이다. 억눌린 이들 또한 종교를 통해 지배체제에 대한 반감과 분리 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나 지역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사회의 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의미한다.

근대 이후의 세속화(世俗化)와 사사화(私事化)는 그런 분열을 극복하고 잘 통합된 시민사회와 국민국가를 형성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이었다. 두가지는 밀접하게 연관된 개념이다. 사회학적으로 세속화란 정치, 행정, 사법, 교육 등 공적 영역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말하고, 사사화란 그 결과 종교가 공적인 일과 분리된 개인적이고 영적인 문제에 한정되는 현상을 말하기 때문이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고, 공공의 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종교의 자유를 누리라는 세속국가 체제는 그런 원리에 따라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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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합의는 사소한 반칙만으로도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그 기반이 취약하다. 종교 조직들은 영향력의 확대를 위해서 권력에 접근하려 한다. 통치 권력의 입장에서도 종교는 정부의 역량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국가의 역할을 일부 대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협력을 얻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문제는 이런 결탁의 대가로 정치 세력이 특정 종교에 의해 포섭되거나, 경쟁적인 종교들이 공적 영역에서 갈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공격적으로 자신들의 교리적 입장을 공적 제도에 욱여넣으려고 하는 원리주의적인 시도가 일어나기도 한다.

오늘날 극우정치와 종교의 결합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외국인, 성소수자, 여성, 노인 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평등한 자유를 전제로 하는 민주적인 시민사회를 파괴한다. 외국인 혐오를 이용한 내란 선동, 안티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보수 세력의 출현 등은 그 불길한 징후들이다. 이런 움직임이 종교를 통해 본격적으로 강화될 경우, 민주적 가치들은 심각하게 공격받을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종교에 의한 민주주의의 교란이 정파를 초월해서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종교적인 신념”으로 차별금지법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자신이 처벌받는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본질적인, 헌법적인 권리”라고 답한 바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김대중과 노무현이 약속한 오랜 의제이며, 현재까지 나온 법안에 처벌조항 같은 건 없다는 문제는 그렇다 치자. 이 발언의 진짜 문제는 개신교 극우주의자들의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을 둔 주장을 헌법적인 권리라고 불러주었다는 데 있다. 그것이 종교인들의 표를 의식한 발언이라면 비열한 타협이고, 스스로의 종교적 신념이 그렇다면 총리 자신이 위험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