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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올해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각각 지난 4일과 5일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관례대로 리창 국무원 총리는 전인대 개막식에서 ‘정부공작보고’(보고)를 발표했다. 보고는 2024년 정책 성과를 정리하는 동시에 2025년 경제·사회 발전의 주요 정책과 방향을 제시했다. 예상대로 중국 공산당은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5%, 도시실업률 목표를 5.5%로 정했다. 올해는 ‘14차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는 해이자 ‘트럼프 2.0’이 가져올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중국이 경기 하락세를 어떻게 반전시키고 미국과의 무역·기술 전쟁 압박에 어찌 대응할 것인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제시한다.

첫째, 보고에서 중국 공산당이 현재 정세를 “외부 압력이 증가하고 내부 어려움이 가중되는 복잡하고 엄중한 상황”으로 규정한 점이 눈에 띈다. 외부 환경과 관련해 보고는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다자무역체제의 장애, 관세 장벽의 증가 등이 글로벌 산업 공급망에 미치는 충격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에 반대하며, 모든 형태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반대하고 국제적 평등과 정의를 수호한다”는 표현을 썼다. 비록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 요인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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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경제정책 면에서 보고는 크게 두가지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는 내수 확대, 다른 하나는 기술 자립이다. 내수 확대와 관련해 보고는 “적극적 재정 정책, 완화적 통화 정책, 전면적 내수 확대”를 강조했고, ‘농촌 진흥’ ‘신형 도시화 추진’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기술 면에서는 바이오 공학, 양자기술, 인공지능, 6세대(6G) 통신기술 등을 미래 산업으로 명확하게 언급했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 민간 기업 발전 지원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셋째, ‘발전과 안전의 균형’은 여전히 강조되고 있고, 이는 국가안보가 최우선 과제로 설정된 점을 보여준다. 보고는 “주요 분야의 위험 요소(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예방·해결하고, 시스템적인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국가안보의 핵심은 국방에 기초하는 점을 강조하며 올해 국방 예산을 1조7847억위안(약 357조1천억원)으로 책정, 전년 대비 7.2% 증액했다. 이는 경제성장률(5%)보다 높으며, 2022년 이후 중국 국방 예산 증가율은 4년 연속으로 7%를 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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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보고에서는 대외관계 방면의 두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다자주의’의 강조다. 특히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중국-아프리카 포럼 등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국·개도국) 국가들과의 협력을 부각시켰다. 두번째 특징은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뒤 시행한 모든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관세를 대외무역의 무기로 삼자,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체제를 확고하게 수호하자”고 강조한다. 또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지만, 중국은 “전세계 환경·기후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하고 주도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전략에, 트럼프의 동맹국을 향한 무차별 공격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을 확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고는 여전히 ‘시진핑을 핵심으로’ ‘시진핑 사상을 높이 받들다’라는 표현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점을 볼 수 있다. 또한 회의장에서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 고위층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의 권력이 여전히 매우 견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정치 운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황을 오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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