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선 | 전주사대부고 교사
최근 교육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배려와 존중을 배우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나친 경쟁보다 학교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취지이니, 참으로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왜 이토록 당연한 목표를 ‘이상향’으로 삼아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우리의 교육은 대체 어디부터 무너진 것일까.
그 붕괴의 단면은 대입 수시 원서 접수를 마무리한 10월,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3년 교육과정의 마지막 6개월이 통째로 증발해버린 기이한 풍경.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언제부터 고등학교는 3년 6학기가 아닌, 2년 반 5학기제가 되었는가.
고3 2학기 교실의 시계는 멈췄다. 수시 원서 접수증을 손에 쥔 학생들은 마치 합격증이라도 받은 듯 해방감에 젖는다. 수업을 진행하려는 교사는 순식간에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극성 교사’로 전락하고 만다. 교사의 존재를 개의치 않고 다른 과목을 공부하거나 아예 엎드려 잠을 청하는 학생들 앞에서 정상적인 수업은 불가능하다. 이곳은 더 이상 배움의 터가 아닌, 대입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거대한 ‘대합실’에 가깝다.
이러한 파행의 중심에는 ‘고3 2학기 성적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적어도 재수를 염두에 두지 않는 학생들에게 마지막 학기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 고3은 사실상 ‘무적’이다. 교사가 조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생활 지도를 하려 들면 “예민한 수험생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민원이 빗발친다. 여기에 관리자는 “수능 전날까지 정상 수업을 하라”고 압박하고, 학생들은 “마무리 공부할 시간을 달라”고 아우성친다. 과연 이 모든 혼란이 교사 개인의 마음가짐 문제로 치부될 수 있는 일인가?
이 모든 혼란이 어찌 학생과 교사만의 탓이겠는가. 문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무시한 채 설계된 대입 전형 그 자체에 있다. 고3 2학기 정기고사 일정이 이를 명백히 증명한다. 1차 고사는 1, 2학년과 함께 치르지만, 수능 이후의 2차 고사는 평가 과목을 최소화하여 형식적으로 치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사실상 제도가 ‘고3 2학기는 정상적인 학기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교육 과정의 마지막 단추를 끼워야 할 중요한 시기가 입시 제도에 의해 공중분해 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3년은 학생이 성숙한 사회인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준비 과정이지, 단지 대학에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다. 입시 결과 한번으로 하늘과 땅이 나뉘는 듯한 그 기분을 우리 아이들에게 언제까지 물려줘야 하는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우리의 학교는 과연 배려와 존중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을까? 오직 교육계의 노력만으로 가능할까? ‘배려와 존중’은 입시제도라는 구조적 모순을 외면한 채 피어날 수 없다. 대입 전형의 시기와 주체를 조정하여 잃어버린 학기를 되찾는 제도적 개선이야말로,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현실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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